학력조회 요청 빗발 … "대학은 난감해"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가짜 박사'파문이 학원가로 번지면서 대학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설학원이 학원강사의 학력을 검증하기 위해 해당 대학에 전화를 걸거나 공문을 보내는 일이 부쩍 잦아졌기 때문.대학들은 "제3자가 요청한 학력 조회 요청을 무조건 받아들이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26일 고려대에 따르면 7월 들어 250건의 학력조회 요청이 접수됐다.

고려대 학적·수업지원팀 관계자는 "절반 정도가 학원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도 쇄도하는 학력조회 요청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7월 들어 접수된 학력조회 공문만 200여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학적과 관계자는 "학력 조회 비수기인 7월에 이렇게 많은 공문 신청이 온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학력 조회 요청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혼사나 금전 등 개인적인 문제로 학력 조회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서울대가 학력 조회에 가장 인색하다.

서울대는 정부 등 공공기관의 관련 공문을 첨부할 경우에만 확인해 주고 있다.서울대 학적과 관계자는 "함부로 졸업생 여부를 확인해 줬다가는 졸업생에게 프라이버시권 침해로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다"며 "한 달에 2~3건 정도만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정보공개법상에는 학력 공개는 불법으로 돼 있다"며 "굳이 학원들의 요청을 다 들어줘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도 전화를 통한 학력 문의는 아예 답하지 않고 있다.

전화 문의의 경우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게 확인 거부의 이유다.

한편 학벌 위조와 관련,직장인 10명 중 1명가량이 학벌을 속여 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8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70명)가 '취업을 위해 학벌을 속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이 중 83%(59명)는 '학벌을 속였지만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답해 기업에 학력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