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보험사들, 금융그룹화 '시동'

보험사들이 자산운용회사를 설립하거나 계열 증권사 소속의 자산운용회사를 자회사로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보험지주회사 허용 등에 대비,금융그룹화를 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26일 금융감독 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보험은 동양종금증권의 자회사인 동양투자신탁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양투신은 동양종금증권과 동양생명이 각각 85.7%와 14.29%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데,동양생명이 동양증권 쪽 지분 일부를 인수해 지분율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생명은 계열사인 한화증권이 갖고 있는 한화투신운용 지분을 인수,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손해보험사들도 자산운용시장에 적극 나설 채비다.

현대해상은 이달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자회사인 현대해상투자자문의 자산운용사 전환에 관한 예비 인가를 받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전환을 계기로 기존의 법인영업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대상으로 하는 펀드상품을 개발해 소매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메리츠화재는 자산운용사 설립 등을 위해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자산운용사를 새로 만들거나 직접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것은 보험산업에서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종선 현대해상 상무는 "과거에는 손해율을 관리하고 사업비를 낮춰 이익을 내는 게 중요했지만 자산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실제로 손보사의 장기보험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생보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를 직접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것은 변액보험 시장의 팽창과 관련해 자산운용사와의 시너지효과를 겨냥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이 밖에 자통법시행 등으로 금융권역 간 칸막이가 철폐되는 무한경쟁 시대에 대응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비은행 금융 계열사들이 보험사를 중심으로 금융그룹화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대한·교보·흥국·미래에셋·동양생명과 동부·메리츠화재 등은 계열사로 증권사,자산운용사,종금사,저축은행 등을 두고 있어 금융당국이 보험지주회사를 허용할 경우 언제든지 지주회사를 통한 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실제로 흥국생명은 흥국금융그룹,동부화재는 동부금융네트워크,대한생명은 한화금융네트워크,메리츠화재는 메리츠금융그룹 등을 표방하며 물밑에서 계열분리 작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