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80P 폭락 '검은 금요일'] "외국인 10일째 매도공세 … 1차 지지선 1850"

'코스피 2000등극'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한 한국 증시가 불과 이틀 만에 121포인트 추락하며 갖가지 쓰라린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매도금액이 사상 최대에 달했고,주가하락폭도 한때 100포인트를 웃돌았다.지난 4개월 동안 앞만 보고 달린 증시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겐 공포스런 하루였다.

전문가들은 상승 속도가 과도했던 데 대한 반작용으로 하락폭도 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쏟아내는 매물을 개인 기관 등 국내투자자들이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외국인 사상 최대 매물출회

27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처분한 주식은 844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년 전 2004년 4월29일의 7733억원보다 700억원가량 많은 규모이다.외국인 매도는 6월 초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7조6855억원에 달한다.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떠나는 게 아니냐는 '셀 코리아'에 대한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주식 처분은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이며 아직 셀 코리아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사장은 "우리는 스스로 선진시장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외국인 사이에선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됐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주가가 높을 땐 일단 차익을 챙기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 투자자들은 여전히 한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셀 코리아'는 아니며 국내 자금이 계속 받아주니까 매물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약간 줄어들고 있는 점도 동반조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에선 신용도가 매우 낮은 정크본드의 금리가 높아지면서 정상채권과의 가격차이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만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전 세계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1850에서 지지 단기조정론 우세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신천지에서 얼떨결에 맞이한 폭락사태여서 더 혼란스러워하는 표정들이다.

하루 이틀 조정으로 끝날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3분기 내 하락장세가 이어져 170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의견을 모아보면 한두 달 이내의 비교적 짧은 조정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견해가 다소 우세한 편이다.

코스피지수로 보면 1850선은 지켜낼 것이란 주장들이다.

이유로는 우선 기업실적이든,유동성이든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꼽는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재부각된 점이 글로벌 조정의 빌미가 되고 있지만 통제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건강한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각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지속 중인 점도 거론된다.

이승국 BNP파리바증권 대표는 "글로벌 랠리의 주요 근거였던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의 확장이 이상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조정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분기 내내 조정을 겪으며 고점에서 300포인트(15%)가량 급락할 것이란 견해도 만만찮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이후 4개월여 동안 50% 정도 급등했기 때문에 조정은 당연한 흐름"이라며 "과속한 만큼 조정폭도 커 170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상무도 "미국의 2분기 기업실적이 생각보다 저조하게 나온 점이 주가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라며 1750을 저점으로 진단했다.

◆개인 자금유입이 관건

외국인은 매도를 지속할 것이란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함춘승 사장은 "외국인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등에 대해 국내 투자자보다 더 심각하게 여긴다"며 "주가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추가 매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개인과 기관 등 국내투자자들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큰 동요 없이 자금유입을 지속한다면 조정은 '짧고 얇게'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함 사장은 "다음 주 초까지 국내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주가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는데 자금유입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폭락장에서 70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사상 최대 규모의 매수에 나서는 적극성을 보였다.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중심의 금리인상 조짐과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빌미로 선제적인 주가조정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 언제라도 상승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박해영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