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유한회사로 안바꾸는 까닭은 …

손배시 유한책임 장점에도 세금이 문제...태평양만 전환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합명회사 형태의 로펌들이 장점이 훨씬 많은 유한회사로의 전환을 꺼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법무부는 로펌시장 개방 등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춰 2005년 1월 변호사법을 개정,로펌들을 유한회사나 법무조합 형태로 전환토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로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법무부는 그동안 로펌들로부터 신청을 받았지만 태평양이 유일하게 전환했다고 27일 발표했다.합명회사인 로펌이 유한회사로 전환하면 손해배상 시 파트너 변호사들 전체가 무한 책임을 지지 않고 사건 담당 변호사와 직접 지휘 감독한 변호사,법인만 책임을 지는 등 로펌과 파트너 변호사에 유리한 점이 많다.

또 유한회사는 출자금 한도에서,법무조합은 손해분담비율만 책임지면 된다.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법률 선진국의 경우 조합 형태가 주류다.따라서 향후 법률시장 개방 시 외국 로펌과의 합병에 대비해서라도 전환은 불가피하다.

반면 합명회사 형태의 로펌은 외부 변호사의 영입이나 정관 변경 등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원칙적으로 만장일치를 요구하고,일부 변호사의 잘못에도 전원이 무한책임을 지는 등의 단점이 많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로펌들이 유한회사로의 전환을 꺼리는 데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게 변호사업계 주변의 분석이다.무엇보다 로펌들이 유한회사 또는 법무조합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이 과정에서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

로펌들은 그동안 파트너 변호사에게 법인이익에 대한 배당을 해왔지만 제대로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청산 시 최고 10년 이상 누적된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로펌 변호사는 "또 다른 로펌들의 경우 파트너 변호사들이 지분에 대한 배당금을 받지 않고 유보해 놓은 경우가 많은데 청산 절차에서 일시금으로 타는 배당금에 대해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유한회사는 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해야 하고,매년 대차대조표를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B로펌 변호사는 "로펌의 매출과 수익구조가 유리알처럼 드러날 텐데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파트너 변호사 간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자산 문제나 개인별 배당 문제 등이 드러날 경우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분석도 있다.현재 국내 법무법인은 총 380여개.이 중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설립 시부터 조합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태평양 외 나머지는 모두 합명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