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공무원 시험의 달 … '공시족' 노량진 점령

일요일인 29일 오전 7시.서울 노량진 공무원시험 학원가는 이른 시간인데도 수험생들로 북적인다.

여름 휴가도 잊은 채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족)'들은 막판 시험 준비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이들 공시족은 8~9월 중 대거 치러질 7~9급 공무원 시험을 노리고 있다.

이 기간 중 국세청 9급 1200명을 포함,2000명의 공무원을 뽑는 시험들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노량진 학원에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씨(23·연세대 생물학과 2학년 휴학 중)는 "8~9월 중 2000명 규모의 공무원 채용이 계획돼 있어 오전 7시 시작되는 보충 강의를 듣기 위해 일찍 학원을 찾았다"며 "최근에는 일요일에도 자습실에 자리가 없을 만큼 수험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생물학과를 졸업해도 안정된 직장을 찾기 어려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한 달에 책값 20만원과 학원비 45만원 정도를 들여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들도 상당수다.7급 시험을 준비 중인 조모씨(38)의 경우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SK그룹에 다니다 올해 초 퇴사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조씨는 "일반 기업은 40대 초반부터 퇴직에 대한 압박이 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며 "연금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공무원이 가진 메리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 제한 때문에 7급 일부 직렬만 시험을 볼 수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보충 강의가 끝난 공시족들은 학원가 곳곳에 위치한 독서실로 자리를 옮긴다.

학원에도 자습실이 있지만 자리를 맡기가 쉽지 않아 독서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사설 독서실에서 만난 전북대 출신 김모씨(30)는 "4년째 공부하다 보니 학원비가 부담스러워 노량진 독서실에서 독학을 한다"며 "노량진 지역 독서실은 대부분 별도의 대형 컴퓨터실을 갖추고 있어 온라인 강좌를 듣기 편하기 때문에 독학생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여름 휴가도 잊고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공시족들은 대부분 8~9월 예정된 7~9급 공채를 노리고 있다.

모집 인원이 2000명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치러진 1700여명 규모의 서울시 7~9급 공채 이후 최대 기회인 셈이다.

가장 채용 규모가 큰 곳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업무 등을 담당할 9급 세무직 공무원 1200명을 선발한다.

선발 예정 인원은 일반 1180명과 장애인 20명으로 9급 공채 사상 단일 시험으로는 가장 많다.

법원행정처도 9급 직원 200여명을 선발키로 하고 다음 달 1일부터 9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국가정보원은 8월1~7일 정보 안보수사 통신 분야의 7급 직원을 모집한다.

1981년 이후 출생자로 4년제 대졸자가 지원할 수 있다.이 밖에 경기도가 47명의 지방 공무원 7급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31일부터 원서를 받으며 인천광역시도 다음 달 1일부터 7~9급 324명에 대한 공채를 시작한다.

송형석 기자/김유정/이경준/한은희 인턴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