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 장기전 돌입] 故 배 목사 장례식은 피랍자 석방 이후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12일째인 30일,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하지만 배 목사의 유가족은 시신 인수를 위해 공항에 나가지 않고 22명의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타운 지하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에서 피랍자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일부 가족들은 연이은 협상시한의 연장에 지친 듯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글썽거렸다. 피랍자 가족 대표인 차성민씨(30)는 "협상시한 발표에도 가족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은 30일 오후 국내에 운구돼 경기도 안양샘병원에 임시 안치됐다. 배 목사의 형 신규씨(45)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시신은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박상은 안양샘병원 원장)을 통해 인수,장례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안양샘병원에 임시 안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시신은 아랍에미레이트항공(EK322편)으로 오후 4시4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신규씨는 "장례 일정은 피랍자들이 전원 석방된 이후 시작할 예정이며,그때까지 고인에 대한 일체의 추모행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국내외 언론을 통해 아프간 피랍자들의 육성이 잇따라 공개되자 피랍자 가족모임은 30일 "앞으로 추가 공개되는 가족 육성과 관련해서는 확인 작업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차성민씨는 "탈레반이 그렇게 나올 것을 예상했다"며 "우리가 계속 반응하면 피랍자들의 목소리가 계속 거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모임은 전날 밤 일본 NHK방송이 전화통화한 김지나(32.여),심성민씨(29)에 대해 가족의 확인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 언론을 통해 육성통화 내용이 공개된 이지영씨(37.여)는 2년 전 아프간에 처음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지난해 12월 아프간으로 떠나 현지에서 교육.의료 봉사활동을 벌이다 이번에 봉사단 가이드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오빠 종환씨(39)는 "아버지가 5년 전 백혈병으로 1년 넘게 투병하다 돌아가셨는데 병원비를 보태기도 한 효녀였다"며 "봉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위험한 곳에 간 동생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제/윤미로 인턴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