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 또 1명 피살] 열쇠 쥔 美國 "테러집단과 협상안해"

탈레반 무장세력이나 아프가니스탄 정부,한국 정부 모두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와의 협상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한국 정부가 특사까지 파견했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인질 석방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에서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대 테러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사실상 이번 피랍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피랍사태는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관전자'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씨의 피살이 알려진 뒤에도 한 미 국무부 관리는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미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한국 정부의 사태해결 노력을 도우려 한다"고만 밝혔다.미국의 신중한 원칙과 반응은 피랍사태 직후부터 견지돼 왔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심성민씨 피살 직전인 30일(미국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문제 논의에 있어서 아주 신중하고자 한다"며 "한국인 인질들이 즉각 석방돼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테러리스트와는 절대 협상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흔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탈레반의 요구에 따라 인질 석방의 대가로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주는 데 동의할 경우 향후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 및 무장세력의 인질 납치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오는 5일과 6일,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미국이 피랍사태의 해결을 위해 오불관언의 원칙을 접고 아프가니스탄과 실질적인 논의를 할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