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악재에 주가 또 76P 폭락‥외국인 13일간 5조4000억 순매도

지난달 26,27일 이틀간 120포인트나 급락한 후 50포인트 반등했던 코스피지수가 1일 또다시 76포인트나 하락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중국 증시 급락 등 외부 악재와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직격탄을 날렸다.기술적으로도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하향 돌파하는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조정의 폭과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승폭만큼이나 가파른 하락폭이 문제이긴 하지만 1800선까지의 조정은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700선대 초반까지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스피지수는 롤러코스트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와 프로그램 매물이 하락폭을 키웠다.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 상태로 접어들며 차익 순매도금액은 사상 최대인 7354억원어치나 쏟아졌다.비차익거래를 합친 순매도는 6623억원으로 사상 4번째 규모였다.

외국인은 올 들어 6번째로 큰 5272억원어치를 내다팔며 13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동안 5조439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셈이다.코스피지수는 최근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글로벌 긴축 우려감이 더해지면서 출렁임을 반복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의 일중 변동률(지수 고점과 저점차)은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1.0%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였으나 6월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이후부터는 일중 변동률이 평균 2.44%에 달해 5월 일중 변동률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안 좋다"

이날 데드크로스는 조정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 데드크로스가 세 차례 있긴 했으나 단기 조정을 거친 후 재차 반등했다.

지기호 서울증권 매크로팀 부장은 "강세장에서는 데드크로스를 어느 정도 조정받은 것으로 보고 대기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모습은 직전 저점을 깨고 내려가 중기 흐름을 바꿔 놓는 신호로 분석되고 있다.

지 부장은 "지난달 27일 저점마저 무너져 버려 10월 중순까지 조정이 이어지면서 1750~2030 정도의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3월 이후 상승추세에서는 추세대의 상단부에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으나 이번은 하단부에서 나타나 중기 조정의 개연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거래량 부족도 지적됐다.

이 부장은 "지난달 25일 6억주에 육박하던 거래량이 3억주대로 줄었다"며 "시장 심리가 그만큼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직전(7월27일) 하락갭을 메우지 못한 상태에서 주가가 재차 하락해 조정흐름이 연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틀간의 상승은 기술적인 반등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1800선 아래서는 매수 노릴 만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1800선까지는 가격 조정으로 봐도 심한 건 아니다"며 "문제는 기간 조정인데 이달 한 달은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60일선이 위치한 1780선까지도 밀릴 수 있으나 1800선 전후에서는 분할 매수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조 부장도 "1800선이면 고점 대비 10% 조정인데 추세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1800선 초반은 하반기를 겨냥한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떨어지는 칼날은 피하고 보라'는 증시 격언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조정폭도 커질 수 있다"며 "고점(2000선) 대비 15% 정도 조정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섣불리 사기보다 지금이라도 팔아 위험을 관리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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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프로그램 매매=주식을 보통 15개 종목 이상씩 묶어 한꺼번에 매매하는 거래를 말한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차익거래는 현물(주식)과 선물가격 간의 차이를 이용한 매매를 말한다.

나중에 반대매매를 통해 위험 없이 안전하게 이익을 확정시킨다.

비차익거래는 선물과는 연계되지 않은 현물만의 '묶음매매'이다.연기금 등 대형투자기관들이 보유 중인 인덱스펀드를 선물에서 현물로 교체할 경우 자주 활용된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용이 낮아 기관들이 대량매매시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