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캠퍼스는 지금 '수난시대'

대학 구조조정 탓에 본교와 중복학과 통ㆍ폐합
인원 줄이기에만 급급 … "특성화 외면" 비판

대학들이 구조개혁방안의 일환으로 특성화보다 지방캠퍼스 정원줄이기에만 매달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대학구조개혁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대학별 특성화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재 대학들은 본교와 지방 캠퍼스 간 중복 학과들을 통폐합하는 선에서만 구조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동국대는 경주캠퍼스의 법학과를 폐지했고 올해 독어독문,윤리문화,철학과 등을 서울캠퍼스에 통합시킬 계획이다.

이 학교는 이를 통해 올해 260여명의 학생을 감축시켰다.내년에도 250여명의 학생을 줄일 예정이며 이 중 경주캠퍼스 학생을 140여명 감축시킨다는 계획이다.

중앙대도 지난해 안성캠퍼스에 있던 독어학과 불어학과 행정학과 건축학부 등을 서울캠퍼스의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 행정학과 건축학부로 각각 통합시켰다.

중앙대 측은 총 4개 학과의 통합으로 130여명의 정원을 줄였다고 밝혔다.통폐합된 안성캠퍼스 학과의 학생들은 모두 서울캠퍼스로 옮겨 수업을 듣고 있는 상태다.

경희대도 지난해 수원캠퍼스의 국제경영대학을 없애고 서울캠퍼스의 경영대학과 합쳤다.

한양대는 안산캠퍼스 독어독문과 신입생을 내년부터 뽑지 않기로 했다.현재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한 다음에는 강의도 개설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이들 대학은 "본교와 지방캠퍼스의 중복학과들을 통폐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과거 '몸집 불리기'의 일환으로 지방캠퍼스 건립에 나섰던 대학들이 이제는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지방캠퍼스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구조개혁방안을 발표한 이유는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대학들이 손쉬운 방법인 캠퍼스 간 학과 통폐합만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성화도 여의치 않고 인기도 떨어진 지방캠퍼스가 각 대학들의 큰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사립대 지방캠퍼스의 한 관계자는 "학교 측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학생이나 교수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지방캠퍼스의 인기가 떨어져 커트라인마저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김유정/이경준 인턴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