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독불장군에게 돌을 던지랴

'극장 효과'라는 말이 있다.

'만원사례' 팻말이 내걸린 명절날 극장,영화가 끝나고 좁은 극장문으로 사람들이 쏟아진다.그 속에 낀 나는 두고 나온 물건이 생각나도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치여 밖으로 떼밀려 나올 수밖에 없다.

'역사는 몇몇 위대한 인물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토머스 칼라일 류의 영웅주의 사관을 논박할 때 흔히 동원하는 논리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는 제 아무리 개성적이고 영웅적으로 비칠지라도 결국은 그 흐름을 장식하는 작은 소용돌이일 뿐이며 매몰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또 이런 비극적인 개성이야말로 사람들에게 늘 회자되면서 또 다른 역사의 흐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중국 CCTV '백가강단(百家講壇)'의 스타강사로 학술 대중화의 지평을 연 이중톈(易中天·샤먼대 교수)의 '품인록-중국 역사를 뒤흔든 5인의 독불장군'(박주은 옮김,에버리치홀딩스)이 번역돼 나왔다.

한국에서는 '삼국지강의' '초한지강의' '제국의 슬픔'에 이은 네 번째 책이다.'품인록(品人錄)'이란 우리말로 '인물평론집'.저자는 △귀족 자제 특유의 대범함 때문에 유방에게 패사(敗死)한 항우 △유비를 이긴 탓에 역사상 간교함의 대명사가 된 조조 △남자천하 세상에서 여황제가 된 무측천 △과유불급(過猶不及) 논란의 한 가운데 선 원칙주의자이자 죽어서도 문화대혁명의 불씨가 된 해서 △옹정제 등의 다섯 인물을 '강한 개성 때문에 옳은 대접을 못받은 독불장군'으로 꼽았다.

중국과 한국에서 흔히 청(淸) 전성기를 말할 때 '강희 건륭'만 얘기하고 그 중간의 옹정제(1723~35)는 빼버린다.

치세가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시기심 많고 심성이 각박한 황제라는 평가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지방의 작은 일까지 직접 챙기며 하루 20시간씩 평생을 강행군한 매력 넘치는 '성실한 독재자'로 당시 유럽 지식인 사이에 '현인이 다스리는 모범국가' 중국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500쪽,1만8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