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 I♥KOREA] "구글이 오라고 해도 안갔을것"

< 한국 매력에 푹 빠진 브라질 형제 >

▶ 형 마르셀로 LG 해외 장학생으로 선발. 음식 입에 맞고 공부도 만족 "글로벌 인재 자신있습니다"

▶▶ 동생 라파엘

형 권유로 여름 계절학기 수강. 한국어 공부 쉽고 재미있어 "꿈틀꿈틀 산낙지 맛 끝내줘요""아무 생각 말고 그냥 와.정말 환상적이야.(Just come. It's great and fantastic.)"

브라질의 명문대인 상파울로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9월 고려대 대학원 전자공학 과정을 밟기 시작한 마르셀로(26).그는 브라질에 있는 동생 라파엘(22)에게 안부 전화를 할 때마다 한국에 오라고 권유했다.

브라질 고야스 가톨릭대학에 재학 중인 라파엘은 형의 지속적인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결국 그는 올 여름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통해 고려대 안암 캠퍼스를 찾았다.

3일 학교 기숙사에서 만난 라파엘은 "형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며 "한국 생활에 대만족한다"고 밝혔다.

마르셀로는 LG전자의 해외 우수 인재 선발 제도인 '글로벌 LG 트랙'으로 한국에 왔다.LG전자는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외국 유명 대학을 돌며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올해에도 회사 전체 채용 인원의 10% 선인 200명을 해외에서 선발했다.

중국,인도,러시아와 함께 BRICs 국가 중 하나인 브라질은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 관문이다.

LG전자의 경우 브라질 내수시장에서 PDP(68%)와 LCD TV(31%) 등 5개 품목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구글이 뽑아도 지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미국으로만 몰려가거든요.

색다른 '틈새시장'을 찾고 있었죠." 마르셀로는 남들과 다른 경쟁력 있는 경력을 쌓고 싶어 한국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상파울로대학에서 한국으로 온 LG 장학생은 그를 포함해 모두 4명.이들은 5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대학원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를 LG전자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마르셀로는 "저축은 못해도 생활하고 공부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금액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들 장학생은 내년 2월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2~3년 동안 한국 LG전자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

브라질로 돌아가서도 3년간 LG전자 브라질 지점에서 일하는 것이 장학생의 계약 조건이다.

마르셀로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선 한국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며 "LG 모바일 부문인 MC(Mobile Cuscomer)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생활 2년차인 마르셀로는 특히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맞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곁에 있던 동생 라파엘은 2주 뒤 브라질로 돌아가도 산낙지를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살아 움직이는 낙지처럼 몸을 빙빙 꼬아 보였다.

지난 주말에도 마르셀로 형제는 홍익대 앞 비보이 공연장을 찾았다.

"몸이 절로 리듬을 타는 것 같았어요." 동생 라파엘이 흥분하며 비보이들의 몸짓을 흉내냈다.

의젓한 형과 장난꾸러기 동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한국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마르셀로는 작년 겨울의 전국일주 여행을 꼽았다.

당시 그는 무작정 KT♥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경주,부산,강릉 등을 돌았어요.

경주 불국사를 본 뒤 한국 역사와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어요."

한국말이 서툴러 여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없었다"며 "한국 사람들은 한국말을 조금만 해도 '한국말 잘해'라며 좋아한다"며 웃었다.

마르셀로는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잘 해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다"며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는 게 '민족 정체성'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브라질인들은 굳이 외국인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똑같이 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친구들은 무척 친절해요.

한국에 온 첫날 차에 스웨터를 놓고 내렸는데 누가 막 따라와 찾아줬어요.

지하철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많아요." 동생 라파엘도 형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마르셀로는 "한국인들은 타인을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고 아는 체를 했다.

그는 "브라질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절대 말을 걸지 않는다"며 "가족 이외 사람에 대해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마르셀로와 라파엘 형제는 하루 한 시간씩 한국어 공부를 함께 하고 있다.

한국말이 좀 더 익숙한 형이 동생을 가르쳐 준다.

마르셀로는 "앞으로 한국에서 일하려면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며 "한국어는 논리적이라 배우기 쉽고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마르셀로는 "LG전자는 브라질 현지인도 LG전자 브라질 법인 관리자로 키우는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며 "브라질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는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건축공학을 전공하는 라파엘은 "브라질에서 학부를 마치고 한국에 다시 와 건축 디자인을 공부해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