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헤지펀드 위기…한국증시에 전염되나

최근 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일부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헤지펀드 위기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

헤지펀드 전문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에 따르면 올 6월 말까지 투자원금 규모가 약 1조5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던 헤지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일부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원금 손실로 증거금 부족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처럼 헤지펀드들이 수익성이 떨어지고 투자 원금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 투자자로부터 마진 콜(margin call)을 당한다.

마진 콜이란 펀드들이 수익률 하락으로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말한다.

헤지펀드들은 자신의 고객인 투자자로부터의 신뢰 확보를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특히 갈수록 기관투자자의 고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들이 마진 콜을 당할 때에는 반드시 응해야 계속해서 활동을 할 수 있다.

레버리지 투자가 보편화된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헤지펀드들이 마진 콜을 당하면 대부분 디레버리지로 연결된다.디레버리지란 헤지펀드들이 자신의 고객으로부터 마진 콜이 있을 경우 증거금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신용경색(credit crunch) 현상이 발생할 경우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미친다.

헤지펀드들이 마진 콜을 당하면 먼저 신흥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대상으로 택한다.그 결과 신흥시장에서는 외국자금 이탈에 따라 통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게 된다.

헤지펀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가도 신흥시장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재연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불과 보름 만에 약 20억달러 정도의 주식을 처분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 비관론자들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에 나돌고 있는 헤지펀드 위기설이 한국 증시에 본격적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판단 지표가 있으나 이 문제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이 국가별 투자판단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금융스트레스 지수(FSI: Financial Stress Index)나 금융상황지수(FCI: Financial Condition Index)가 한국 증시 내에서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가를 산출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금융스트레스지수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이 분야에 가장 앞선 캐나다 은행과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투자자들이 느끼는 피로(疲勞)'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가와 같은 금융변수에 대한 기대값이 변하거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리스크가 커질 경우 금융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골드만 삭스와 같은 방법을 한국 증시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주요 금융사건의 발생 시기와 그 강도가 금융스트레스지수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들어 이 지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라 앞으로 헤지펀드의 위기설이 가시화할 경우 한국 증시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정책당국과 투자자 모두가 다양한 각도에서 선제적인 대책과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