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초아는'멕시코판 철의여인' ‥ 브리티시女오픈 우승

로레나 오초아(25·멕시코)가 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 LPGA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무관'의 딱지를 뗐다.

오초아는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을 차지했다.마지막날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우승을 향해 돌진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기존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에서 벗어나 코스에 순응하는 노련함까지 곁들여 당분간 여자골프계를 독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초아는 가냘픈 몸매에 앳된 소녀같은 이미지를 가졌지만 어린 시절 극한 스포츠를 통해 승부욕과 강인한 체력을 기르는 혹독한 과정을 거쳤다.9살 때 테니스 클럽 챔피언,11살 때는 육상선수로 나서 400m 계주,800m,400m 등 세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2살 때 해발 4358m의 네바도 델 콜리마산에 오른 데 이어 13살 때는 이차치후아티(5280m) 정상을 정복했다.

17살 때 나흘 동안 산악자전거 트레킹 수영 카약 밧줄타기 등으로 구성된 산악 종주경기 '에코톤'에 최연소 선수로 출전해 완주하기도 했다.당시 오빠 알레한드로와 함께 에코톤에 나선 오초아는 얼음물이나 다름없는 호수를 건너기 위해 5km나 헤엄치는 도중 기권자가 속출하는 데도 엉엉 울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애리조나대학에 다닐 때 오초아는 매주 화·목요일 아침마다 10km를 뛰고 골프팀 훈련에 합류했으며 프로선수가 된 뒤에도 하프 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철인 3종경기도 두 차례나 완주한 '철녀'다.1994년부터 1998년까지 농구선수로 뛰면서 멕시코 할리스코주 대표로 뽑혔는가 하면 1995년부터 1997년 사이에는 배구선수,심지어는 1998년부터 2년 동안 축구선수로도 활약했다.

골프 한 종목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스포츠를 접한 오초아는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과 자신감을 길러온 셈이다.

이 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2부투어 상금왕으로 2003년 LPGA투어에 입성한 오초아는 그 해 신인왕이 된 데 이어 착실히 실력을 쌓아가며 2006년 상금왕에 올랐고 올해는 세계랭킹 1위까지 꿰찼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