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유비쿼터스 시대의 재정

李 萬 雨 < 고려대 교수·경제학 >

최근 우리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전되는 가운데 경기와 무관한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구조적인 현상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면 다양한 복지수요가 점증하고 있어 재정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대외적으로는 세계화와 지식기반경제의 도래,그리고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개도국의 급부상이란 환경변화에 직면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정부와 재정의 역할을 재점검하는 총체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전자공간에서의 활동이 중요한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용어도 이제는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상생활 모든 분야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로의 이행(移行)은 새로운 시장개념과 영역의 변화,기업환경의 변화,기술발전패턴의 변화,그리고 정책결정과정의 변화에 따른 정부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조명을 요구하게 된다.첫째,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재와 공공서비스의 변화에 따른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재점검하고 개입방법의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구조적인 재정적자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정부가 그 변혁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정부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급주체가 민간이 될 수 있다면 민간에 위탁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선진 각국에서는 국가중심의 복지로부터 사회중심의 복지로 전환하는 추세이며 공공서비스분야에서도 정부중심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 내지는 정부와 민간의 경쟁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치솟는 복지비용과 무임승차문제의 치유(治癒)를 도모하는 방편으로 복지의 독점체제를 포기하고 민간으로 하여금 위탁운영케 함으로써 공급자에게 경쟁을 유도하고 수요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보육시설과 노인요양시설은 물론 학교와 병원에 이르기까지 민간영리법인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관리감독에 주력하고 있다.둘째, IT기반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효율적인 세입·세출제도의 정착을 통해 고객중심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과 국민이 주인인 시장지향적,작고 효율적인 미래지향적 정부로 도약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는 오프라인(off-line)을 위주로 한 시장개념에서의 거래보다 온라인(on-line)에서의 거래가 점차 확대될 것이며 새로운 세원의 확대와 과학적 과세는 물론 지하경제를 줄이는 데도 일익을 담당함으로써 경제성장률 이상의 세입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출부문에서도 표준화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예산총액배분 자율편성제도(top-down 제도),성과관리제도를 서로 연계해 실행할 수 있는 U-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

U-정부는 IT기술을 통해 업무간소화,효율성 제고,조화로운 규제개편 등으로 정부 크기가 점차 줄어들고,정부의 통제와 간섭은 점차 어렵게 되고 민간부문의 경제역량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일본은 U-Japan,유럽과 미국 등 세계 선진국들도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국가전략들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도 'U-Korea 기본전략계획'을 작년에 수립해 차세대 정보화 모델강국건설을 목표로 야심찬 국가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가전략을 여하히 실행해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가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작은 용으로 일으켜 세운 인물이다.투철한 현실감각과 능수능란한 정치술,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정치인으로 20세기 글로벌 리더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다.

12월19일 국민이 선택할 차기 대통령이 리콴유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