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긴 하는데… "노트북 배터리 10시간 이상 간다"

업체마다 측정기준 제각각

소비자들 비교구매 혼란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동통신 등 통신 기능을 갖춘 노트북PC가 등장하면서 배터리 수명이 제품을 선택할 때 우선 고려사항으로 등장했다.

이동 중에도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들도 이에 맞춰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절전 노트북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용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이 업체마다 달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도시바가 최근 발매한 '포테제 R500'은 한 번 충전으로 12시간30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최장 모델이다.반투과성 LED를 채택해 전력소모가 적은 데다 백라이트를 끈 상태에서도 자연광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이 높다.

소니가 판매하는 '바이오 TZ 시리즈' 3종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11시간30분이나 된다는 모델이다.

도시바 소니 등은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가 만든 기준을 토대로 배터리 사용시간을 산정한다.LCD 화면을 일정 조건에 맞춘 상태에서 동영상 파일을 반복 실행했을 때 지속하는 시간과 아무런 작업을 하지 않고 최저 밝기에서 지속하는 시간의 평균을 구해 배터리 사용시간이라고 발표한다.

반면 HP는 중간 밝기의 화면에서 노트북 지속시간을 측정하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문서작업을 하는 일반 상황을 가정해 사용시간을 제시한다.

표준규격을 갖춘 일본 업체들이 노트북 사용시간을 적극 알리며 마케팅에 활용하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소비자 불만을 우려해 사용시간을 거의 알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15인치 노트북은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고 12인치 노트북은 오래간다는 추상적인 개념밖에 가질 수 없다.

또 업체가 '10시간'이라고 발표하면 절반으로 줄여 '대여섯 시간 쓰겠지'라고 짐작하기도 한다.

LCD 밝기,동작속도,콘트라스트 등 세부 규격이 공개되지 않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선 아쉬운 점이다.노트북 비교 테스트 업체인 노트기어의 김정민 사장은 "노트북 배터리 수명이 중요해졌지만 업체마다 배터리 수명 기준이 달라 소비자가 비교해 가며 구매하기가 어렵다"며 "일본처럼 똑같은 테스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