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뒤집어본 중앙아시아] (1) 텡기즈유전의 뼈아픈 교훈...No Risk More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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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정부 관료들은 텡기스유전의 교훈을 끊임없이 되뇐다. 구소련으로부터 독립 직후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싼값에 이 유전지대를 서방 석유메이저들에 넘긴 것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김일수 駐카자흐스탄 대사)
카스피해 북부지역에 위치한 텡기스 지역은 현재 하루 평균 30만배럴을 생산하는 최대 유전.하지만 국영 석유가스공사인 카즈무나이가스가 20%의 지분을 확보했을 뿐 쉐브론 50%,엑슨 25% 등 이른바 서방 메이저들이 80%를 소유하고 있다.
그들의 자원외교가 '노 리스크 모어 리턴'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게 김남원 대한광업진흥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장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개발 비용과 이에 따른 리스크는 외국기업에 전가하고 이익은 더 많이 챙기겠다는 전략이다.자원의 개발 및 수익배분방식(PSA)이 외국기업에 점차 불리하게 바뀌어 가는 게 그것이다.
개발 비용을 제외한 이익분에 대해 카자흐 정부가 최대 80~90%까지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장현식 LG상사 중앙아시아지역본부 상무). 물론 자원개발에 실패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발업자의 몫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이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올해로 16년째.현지 전문가들은 2000년 이전을 혼란기,2000~2003년은 도약준비기,그리고 2004년 이후는 성장기로 분류한다.이 때문에 과실은 충분하지만 그만큼 법과 제도의 정비에 따른 외국기업의 사업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파트의 선분양제도가 사라지고 사업 대가로 제조공장 및 인프라 구축을 요구받기도 한다.
'중앙아시아에서 버는 만큼 발전에 기여하라'는 중앙정부의 메시지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한국 컨소시엄의 인수가 끝내 좌절된 부제노브스코예 우라늄 광산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한국컨소시엄과 카즈아톰프롬은 3만t 물량의 부제노브스코예 우라늄광산을 개발하기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중수로용 변환우라늄 제조 콤비나트와 원자력원료(팰릿) 공장을 카자흐에 건설해 달라는 게 그것이다.
카자흐스탄에서 돈을 버는 만큼 현지 제조업 발전에 기여하라는 얘기였다.
결국 우리나라의 팰릿 국산화 정책과 배치돼 이 프로젝트는 무산 위기에 처했다.
구소련 시절부터 내려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나선 것도 비즈니스의 또 다른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년부터 카자흐 알마티에서 시행되는 '주택건설지분참여법'은 신규 진출 건설업체에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처럼 아파트의 선분양이 가능했으나 이 과정에서 부도업체들이 속출하며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카자흐 정부는 인허가를 받은 뒤 부지 확보와 기초공사를 끝낸 단계에서 분양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강화한 것이다.
우리로 치면 선분양과 후분양의 중간단계인 셈이다.
11단계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과 부지 확보도 쉽지 않은데 신규 진출 업체의 경우 올해부터는 기반공사에 따른 자금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이행기 우림카자흐스탄 본부장). 따라서 일찍 진출한 동일 하이빌과 우림 등을 제외하면 국내 건설업체들은 앞으로 이 같은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주택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오일머니가 쏟아져 들어오자 외국투자자에 대한 특혜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005년 5월 개정투자법을 통해 경제특구에 한해 세제 혜택 등을 인정키로 했다.
이 나라는 그나마 과거에 맺은 계약은 그대로 인정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새로운 규정을 소급적용해 국제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6월1일부터 대규모 외국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철회하며,이 규정을 수년 전까지 소급적용해 세계 2위 금광업체인 뉴 몬트가 현지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인프라 구축을 외국기업의 부담으로 돌리는 경향도 새로운 변화다.
중앙아시아 정부는 외국업체들이 자체 자금으로 도로나 항만 등을 구축하고 이용료를 받아가길 희망한다.
주택업의 경우도 점차 관련 인프라 구축을 업계에 전가하는 경우까지 나온다.
중앙아시아의 문화와 법률은 계속 변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는 만큼 자원민족주의 성향도 강해지고 있다.대박에 대한 환상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보다 치밀하게 이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 시점이다(송방달 전 KOTRA 타슈켄트 관장,8월1일부 본사 귀임).
알마티·타슈켄트=글ㆍ사진 김영규 기자 young@hankyung.com
(김일수 駐카자흐스탄 대사)
카스피해 북부지역에 위치한 텡기스 지역은 현재 하루 평균 30만배럴을 생산하는 최대 유전.하지만 국영 석유가스공사인 카즈무나이가스가 20%의 지분을 확보했을 뿐 쉐브론 50%,엑슨 25% 등 이른바 서방 메이저들이 80%를 소유하고 있다.
그들의 자원외교가 '노 리스크 모어 리턴'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게 김남원 대한광업진흥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장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개발 비용과 이에 따른 리스크는 외국기업에 전가하고 이익은 더 많이 챙기겠다는 전략이다.자원의 개발 및 수익배분방식(PSA)이 외국기업에 점차 불리하게 바뀌어 가는 게 그것이다.
개발 비용을 제외한 이익분에 대해 카자흐 정부가 최대 80~90%까지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장현식 LG상사 중앙아시아지역본부 상무). 물론 자원개발에 실패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발업자의 몫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이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올해로 16년째.현지 전문가들은 2000년 이전을 혼란기,2000~2003년은 도약준비기,그리고 2004년 이후는 성장기로 분류한다.이 때문에 과실은 충분하지만 그만큼 법과 제도의 정비에 따른 외국기업의 사업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파트의 선분양제도가 사라지고 사업 대가로 제조공장 및 인프라 구축을 요구받기도 한다.
'중앙아시아에서 버는 만큼 발전에 기여하라'는 중앙정부의 메시지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한국 컨소시엄의 인수가 끝내 좌절된 부제노브스코예 우라늄 광산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한국컨소시엄과 카즈아톰프롬은 3만t 물량의 부제노브스코예 우라늄광산을 개발하기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중수로용 변환우라늄 제조 콤비나트와 원자력원료(팰릿) 공장을 카자흐에 건설해 달라는 게 그것이다.
카자흐스탄에서 돈을 버는 만큼 현지 제조업 발전에 기여하라는 얘기였다.
결국 우리나라의 팰릿 국산화 정책과 배치돼 이 프로젝트는 무산 위기에 처했다.
구소련 시절부터 내려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나선 것도 비즈니스의 또 다른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년부터 카자흐 알마티에서 시행되는 '주택건설지분참여법'은 신규 진출 건설업체에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처럼 아파트의 선분양이 가능했으나 이 과정에서 부도업체들이 속출하며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카자흐 정부는 인허가를 받은 뒤 부지 확보와 기초공사를 끝낸 단계에서 분양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강화한 것이다.
우리로 치면 선분양과 후분양의 중간단계인 셈이다.
11단계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과 부지 확보도 쉽지 않은데 신규 진출 업체의 경우 올해부터는 기반공사에 따른 자금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이행기 우림카자흐스탄 본부장). 따라서 일찍 진출한 동일 하이빌과 우림 등을 제외하면 국내 건설업체들은 앞으로 이 같은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주택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오일머니가 쏟아져 들어오자 외국투자자에 대한 특혜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005년 5월 개정투자법을 통해 경제특구에 한해 세제 혜택 등을 인정키로 했다.
이 나라는 그나마 과거에 맺은 계약은 그대로 인정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새로운 규정을 소급적용해 국제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6월1일부터 대규모 외국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철회하며,이 규정을 수년 전까지 소급적용해 세계 2위 금광업체인 뉴 몬트가 현지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인프라 구축을 외국기업의 부담으로 돌리는 경향도 새로운 변화다.
중앙아시아 정부는 외국업체들이 자체 자금으로 도로나 항만 등을 구축하고 이용료를 받아가길 희망한다.
주택업의 경우도 점차 관련 인프라 구축을 업계에 전가하는 경우까지 나온다.
중앙아시아의 문화와 법률은 계속 변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는 만큼 자원민족주의 성향도 강해지고 있다.대박에 대한 환상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보다 치밀하게 이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 시점이다(송방달 전 KOTRA 타슈켄트 관장,8월1일부 본사 귀임).
알마티·타슈켄트=글ㆍ사진 김영규 기자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