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원산지 표시제 '있으나 마나'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매장.'푸름'이라는 자체 브랜드(PB)가 붙은 버섯과 일반 야채들이 달랑 비닐 팩에 담겨 팔리고 있었다.

진열대 위에 '국산'이란 표시가 조그맣게 써 있었지만 실제 그런지에 대해 판매 점원은 "자체 브랜드 상품이니 아마도 국산일 것"이라며 "여러 지역 농산물을 납품받는데다 대부분 하루만 팔고 폐기하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생산지의 시·도 명까지 자세히 적어 팔고 있는 바로 옆 친환경 매장과는 대조적이었다.

맞은 편 일식(日式) 코너에선 상품 겉 포장에 '원양산''대만산'이라고 표시된 참다랑어회 도시락을 팔고 있었다.

원산지 표시만 봤을 때는 두 원산지의 횟감 비중이 똑같은 듯 싶지만,매장 관계자는 "원양산과 대만산의 구성비가 7 대 3 정도로 원양산 비중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겉도는 원산지 표시제

정부가 지난 4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의 원산지 표시 조항을 유통업체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새로 시행된 법령에 따라 원산지 표시 의무대상 영업장의 범위는 기존 면적 300㎡ (90평)이상 업소에서 100㎡(30평)이상으로 확대되고,표시 대상도 종전의 쌀과 쇠고기에서 돼지고기와 닭고기,수산물,가공품,수입농산물 등을 포함해 368개로 146개나 늘어났다.식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거의 모든 상품에 원산지 표시가 적용되는 셈이다.

또 '국산''원양산' 등 기존의 광범위한 원산지 표기 대신 자세한 출처를 기입,소비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각 유통업체들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서울 시내 일부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은 아직도 상품 원산지를 모호하게 표기하거나 아예 쓰지 않고 있다.매장 직원들은 상품의 정확한 출처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충무로 본점 지하 식품매장.8개들이 2400원짜리 '스시' 제품에는 판매 가격만 적혀 있을 뿐 회 재료의 원산지는 전혀 기록돼 있지 않았다.

매장 담당 점원은 "스시니깐 당연히 일본산이 아니겠느냐"며 "당일 처리해야 하는 행사기간 상품들이라 원산지 표시가 자세히 안 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계열 대형 슈퍼마켓 킴스클럽 사당점은 원산지 표시가 아예 없는 국적불명의 옥수수를 팔고 있다.

생닭도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은 더 심각

서울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에 입점한 상점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식품 매장의 한 상인은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국산이 아닌 것을 국산이라고 해 파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해당 농산물의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았을 경우 농림부의 처벌규정에 의거,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허위 표기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이보형 서울시 농수산유통과 원산지관리팀 주임은 "소비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산지 표기는 규제 대상"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