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송' 만든 내과의사 이진호씨 "인질 조기석방 간절한 마음"

"Don't fight with name of God. Name of Heaven. Name of Truth. No chosen people.(싸우지마세요. 신의 이름으로.천국의 이름으로.진리의 이름으로.선택된 민족은 없습니다)."

하얀색 도화지 위에 영어가사가 흐르면 한글 자막과 함께 애절한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진다.이어 탈레반에 피랍됐다가 희생된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사진이 오버랩된다.

한국인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뜻에서 종교의 진정한 의미인 '사랑과 평화'의 소중함을 노래로 표현한 '탈레반에 보내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지난 13일 김경자 김지나씨 등 두 명의 여성 인질이 석방된 가운데 지난 3일 동영상으로 제작돼 인터넷에 유포된 이른바 '탈레반 송'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작사·작곡과 함께 직접 노래까지 부른 주인공은 내과 의사이자 종교 음악가인 이진호씨(34).14일 서울 합정동에 있는 '이내과 병원'.진료를 잠시 중단한 이씨는 "이 노래가 이렇게 관심을 끌지는 몰랐다"며 쑥스러워했다.

"원래 종교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세례도 받았고,인도에 종교여행도 다녀왔죠.불교 수행도 해봤고요.종교는 제 인생의 영원한 화두예요."

이씨는 "평소 주변에서 종교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많이 봐 왔다"며 "전쟁의 80%가 종교 전쟁인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종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과격 종교'가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이씨는 "탈레반도 '과격 이슬람 단체'라 스스로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 때문에 갑자기 음악을 만든 것은 아니다.

"미국의 9·11사건 때도 그랬고 오래 전부터 이교도 간의 화합을 주제로 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마침 이번 사건이 터져 평소 생각했던 바를 표현하게 된 거죠." 이씨가 굳이 영어로 가사를 쓴 이유는 이 곡이 탈레반에까지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점심 시간을 쪼개 '탈레반 송'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짬짬이 틈을 내 종교 및 대중음악 관련 음반을 내기도 했다.

처음 음반을 내겠다고 할 때는 상품성이 없다며 받아주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직접 음반사를 차렸다.

'락슈미뮤직'은 그가 직접 차린 음반·공연 제작사다.

홍대 앞에 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탈레반 송이 탄생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했다.

경기고 시절에는 오락부장을 했고,연세대 의대에 다닐 때는 록그룹인 '쎄스'를 창단했다.

몇 해 전엔 작곡과 편곡 전문 실용음악 학원인 '재즈 아카데미'도 수료했다.

의대 재학 시절 의사를 그만두고 음악만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의사인 아버지 이욱용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둘 다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현재 아버지 병원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부디 전 세계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공감해 나머지 인질들도 하루속히 무사히 석방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는 인터뷰 때문에 잠시 중단했던 진료를 다시 시작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