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이머징마켓 이탈하나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10% 가까이 하락하면서 한때 강도가 약해지기도 했지만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사태로 인해 다시 '팔자'가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대만 태국 등에서도 외국인 매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에 따른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로 헤지펀드와 대형 투자은행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겹치면서 외국인의 이머징마켓 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머징마켓 동반매도

1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들어 8조9954억원어치(유가증권시장 기준)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도 22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2004년 4월 44.14%였던 외국인 보유 지분율도 34%대로 떨어졌다.외국인들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순매수를 했다.

하지만 지수가 1700포인트를 돌파한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매도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수가 하루 만에 53.18포인트나 급등,고평가 논란이 시작됐던 지난달 13일 이후 지금까지 판 금액은 무려 8조7233억원이나 된다.이는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외국인이 판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지수가 급등했던 2005년 9월22일부터 10월26일까지 1개월여 동안 외국인들은 24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순매도했지만 당시 규모는 3조3010억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당초 외국인 매도를 지수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풀이했다.

1998년 이후 2003년까지 5년여 동안 한국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온 외국인들이 지수가 당시에 비해 2∼3배나 오른 데 따른 이익실현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겹치면서 최근 외국인 매도는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이동 등 복합적인 원인이 겹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태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8월 이전만 해도 외국인들은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에서만 주식을 팔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아시아 이머징마켓에서 주식을 팔고 있다"며 "이머징마켓에서 위험 자산을 줄이겠다는 게 외국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외국인들은 올초부터 7월 말까지 73억달러어치를 순매수했지만 8월 들어서는 지난 10일까지 불과 6거래일 만에 27억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인도에서도 외국인들의 올 순매수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었지만 8월에는 오히려 3억68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당분간 매도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외국인들의 매도를 촉발시켰던 주가 고평가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데다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도 2∼3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지희 신영증권 연구원은 "MSCI 기준으로 한국시장의 PER(주가수익비율)는 12배 정도로 세계증시와의 격차는 거의 없어진 상태"라며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설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오태동 연구위원은 "결국 미국시장에서 경기 회복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이 나와야 신용경색 위험을 잠재우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최근 엔화 강세 등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코스피지수 1800포인트를 저점으로 일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