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청산' 주의보 … 원·엔환율 한달새 46원 급등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글로벌 신용 경색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큰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될 경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역류,환율과 주가 금리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4원93전 상승,지난 4월3일 이후 가장 높은 791원13전(100엔당)을 기록했다.

한 달 전인 7월9일(744원82전)에 비해서는 무려 46원이나 올랐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안에 800원 선을 넘어설 전망이다.환율이 오른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호주와 뉴질랜드 통화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가 유럽으로 확산되기 직전인 7월27일과 비교한 환율은 호주 달러가 1.18%,뉴질랜드 달러는 3.28% 상승했다.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이 운전자금뿐만 아니라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도 엔화대출을 활용해왔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2년간 엔 캐리 트레이드로 국내에 들어온 엔화 자금은 6조7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마당에 일본은행(BOJ)이 14일 1조6000억엔의 자금을 회수한 것은 세계에 나가 있던 엔 자금이 그만큼 빠르게 일본으로 되돌아온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오는 23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재경부 직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금이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급격하게 회수된다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권 부총리는 "1980년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자산가격 급등 현상은 일본 은행들의 막대한 대출자금이 현지에 유입됐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해 각국이 협력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국제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금융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엔자금이 빠져 나갈 경우 서브프라임 사태로 빚어진 글로벌 신용 경색과 맞물려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승윤/박성완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