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WAR] LG‥계열사 흡수합병으로 체질개선

화학은 석유화학을, CNS는 '엔시스'를 품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인수·합병(M&A)으로 뚫어라.'LG발(發) M&A 풍랑이 소리소문 없이 업계를 흔들고 있다.

LG M&A는 '동종사업 합병'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인수'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된다.

늘상 '보수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LG가 M&A 전선에 뛰어든 것은 지금의 사업 구조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이와 관련, 구본무 회장은 최근 계열사 임원 세미나에서 "100년을 넘어서는 기업을 만들자"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GS와 LS그룹이 분리된 뒤 줄어든 몸집을 다시 키우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룹사 가운데 제일 먼저 M&A에 시동을 건 계열사는 LG화학이다.이 회사는 지난달 LG석유화학을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의 자회사 합병 소식은 석유화학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석유화학 경기 부진에 따른 타개책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고유가에 따라 현금 보유력을 키운 중동 업체들이 유화제품 생산 시설을 늘려 나가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는 '위기론'이 일었다.

LG화학이 짜낸 '위기 타파' 묘수는 동종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흡수.LG석유화학은 에틸렌과 프로필렌,부타디엔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이 내놓은 해결책은 업계에서 '실'보다는 '득'이 곱절 많은 M&A로 평가받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우선 부채 비율이 80%대로 낮아진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저리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돼 신규 사업을 위한 M&A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M&A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또 생산과 영업,연구개발(R&D) 면에서도 일관된 운영 체계를 확보할 수 있어 사업 경쟁력이 크게 늘었다.

LG화학 관계자는 "합병으로 시장 지배력과 사업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LG CNS는 LG 계열사인 LG엔시스를 지분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품어 안았다.

'강점은 서로 모으되 약점은 털어내자'는 전략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조정하기로 했다.

컨설팅과 신사업 개발 등의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은 LG CNS가,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중심의 시스템 솔루션 사업은 LG엔시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수직 계열화 체제를 완성했다.

LG CNS는 오는 9월부터 통합 IT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LG CNS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역량을 강화해 보자"며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업체인 비즈테크앤엑티모(BNE)를 인수한 것. BNE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RP 사업을 하는 업체로 세계적 ERP 솔루션 기업인 독일 SAP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LG CNS는 "BNE 인수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ERP 시장을 모두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7월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능성 음료 시장을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나선 데 따른 전략이었다.

지난해부터 녹차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든 LG생활건강은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인수를 통해 국제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인수 후 유형·무형의 자산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