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매, 여름 비수기에 더 뜨겁네

다가구ㆍ다세대 낙찰가율도 100% 넘어
여름철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보통 7∼8월은 경매시장에서 비수기로 통하는데 입찰경쟁률이 올 최고치를 기록하고,다가구·다세대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등 예년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이는 올 들어 불붙기 시작한 소형아파트와 다가구·다세대의 인기가 여전한데다 청약가점제에 불리한 수요자들이 경매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매 물건이 대폭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성수기·비수기 구분 사라져

15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7,8월 주택경매 입찰경쟁률은 각각 7.54 대 1과 7.7 대 1을 기록했다.

올해 평균 입찰경쟁률(7.25 대 1)은 물론 5월(6.26 대 1)과 6월(7.23 대 1)보다 경쟁률이 높다.실제 지난 9일 서울서부지원 경매법정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찰자들이 복도까지 북적거리기도 했다.

낙찰가율도 95%를 넘어섰다.

여름 낙찰가율로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다.100%를 넘어섰던 올 봄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평균(97%)과 비슷한 수치다.

다가구·다세대 낙찰가율은 100.6%를 기록하고 있다.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사업부 실장은 "경매 현장에 가보면 올해는 여름 비수기가 없다는 분위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며 "경매시장 전체를 봐도 일반적으로 7월 낙찰가율은 6월보다 6~7%포인트 정도 떨어지는데 올해는 하락폭이 1∼2%포인트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영진 디지털태인 이사도 "그동안 경매 강의를 할 때 여름 비수기를 노리라고 조언해 왔는데 올 여름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공식이 돼 버릴 정도로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매 물건도 줄어

경매시장에서 여름 비수기가 사라진 이유는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소형아파트 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다가구·다세대와 연립주택은 비교적 소액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해 실수요자층이 두텁다.

또한 뉴타운 재개발지역 등에서 부동산을 살 때 받아야 할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이다.

소형아파트 역시 대형아파트가 찬밥 대접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찰없이 거의 낙찰되고 있다.

더욱이 경매 물건마저 대폭 감소해 경매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주택경매 물건은 3만919건으로 작년 6만8600건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또 경매가 취하되는 물건 비율도 커졌다.

올 7월까지 경매에서 취하된 물건은 전체 경매 물건의 6.3%(1964건)로 작년 같은 기간의 취하율(3.5%)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그만큼 경매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9월부터 시행되는 청약가점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약가점제로 아파트 분양을 받기가 힘들어지는 젊은 층이나 유주택자들이 경매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강은 지지옥션 홍보팀장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경매에 참여하는 젊은 부부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청약가점제에 불리한 사람들이 경매시장에 몰리기 전에 서둘러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