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해외서 번 돈 해외에 재투자

내부유보금 상반기 첫 1조엔 넘어

해외에 투자한 일본 기업들이 현지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보내지 않고 현지에 재투자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해외시장 확대 가능성이 큰 데다 일본과 다른 나라 간 금리차로 인해 외국에서 돈을 굴리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해외법인이 벌어들인 이익을 내부에 적립해둔 내부유보금이 올 상반기 1조355억엔에 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작년 동기 대비 14%,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선 4% 증가한 것이다.반기 기준으로 해외투자 기업의 내부유보금이 1조엔을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내부유보와 해외법인에 대한 일본 기업의 출자 등을 모두 합친 대외직접투자액은 작년 말 잔액이 전년비 17% 늘어난 53조4760억엔에 달했다.

2003년부터 3년간 약 1.5배로 늘어난 것이다.캐논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의 사무기기 판매 호조로 현지법인의 이익잉여금이 증가해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투자사업에 대해서도 일본 본사의 추가 투자 없이 현지법인에서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을 정도다.

알츠하이머 치료약의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제약회사 에자이는 지난 3월 말 미국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800억엔을 넘어 일본 본사 보유액 500억엔을 웃돌았다.마쓰시타전기도 '해외에서 번 돈은 해외에서 쓴다'는 원칙을 세우고 향후 추가 투자에 대비해 해외 현지법인의 이익금을 전액 내부유보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법인이 낸 이익을 현지에 쌓아두는 것은 인구 감소로 국내 내수시장은 줄어드는 추세인 데 반해 해외시장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저금리인 일본에서 돈을 굴리기보다는 고금리의 해외에서 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