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투자 관리하기 바쁜데…내돈 돌볼겨를 없어요"

상반기 PB실적 1등…여성돌풍 일으킨 '3인방'


거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Private Banker) 세계에도 여풍이 거세다.PB 업계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그동안 영업 실적 상위권은 대부분 남성 PB 몫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은행별 PB 실적을 종합해 본 결과 여성 PB들이 1위를 차지한 은행이 세 곳이나 됐다.

김정화 신한은행 일산 PB센터 PB팀장(44)과 박병향 기업은행 평촌지점 PB팀장(44),서임선 외환은행 스타타워 지점장(46)이 주인공들이다.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공통비결은 여성적인 감성을 PB 영업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김정화 팀장은 고객들 상황에 맞는 선물로 고객에게 다가갔다.

암에 걸려 힘들어 하고 있던 고객에게는 피아노 연주곡 CD와 편지를 선물했고,문학에 관심이 많은 중년 여성 고객에게는 수시로 시집을 보냈다.김 팀장은 "여성의 세심함이 PB 영업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박병향 팀장은 복날에는 고객들에게 수박을 돌리고,명절에는 문안 인사를 하며 고객들과 거리를 좁혔다.

외환은행 서임선 지점장은 남성 고객들과 함께 술잔을 주고 받으며 고객들에게 친형제처럼 다가가려 노력했다.이들은 고객들이 맡긴 자산의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FP(투자상담사)와 CFP(국제공인재무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서 지점장은 보험 관련 자격증도 3개나 취득했다.

세 사람 모두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각종 신문과 방송을 통해 뉴욕 증시부터 국내 증시흐름까지 꼼꼼히 파악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만 고객들에게 4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신한은행 김 팀장은 "국내외 이슈에 빠져 있다보면 언제 고객 펀드를 환매하고 추가 매수해야 할지가 어느 정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돈보다 고객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리했다.

신한은행 김 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2015포인트까지 오른 7월 말에 고객들이 투자한 펀드는 모두 환매해주느라 정작 본인이 가입한 펀드는 환매를 하지 못했을 정도다.

김정화 팀장에 이어 신한은행에서 2위를 차지한 김선화 잠실 PB센터 PB팀장도 "고객들 돈 10만원은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나가는지 훤히 알고 있지만 내 돈 100만원은 어디 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객 밀착형 서비스로 거액 자산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간다.

신한은행의 김선화 팀장은 서울 잠실에서 매달 충남 서산에 있는 고객을 찾아가고,기업은행의 박 팀장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경기도 평촌에서 김포나 서울의 송파를 갖다 온다.박 팀장은 "단골 PB 고객들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공을 들여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에 투자자문을 해야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