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후폭풍] 美 최대 모기지업체마저 부도 위기

대형 사모펀드 KKR'도 사정권…무차별 공습
메릴린치, 컨트리와이드 투자의견 전격 '매도'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피해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일부 펀드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됐던 파장이 대형 모기지업체와 사모펀드 등으로 무차별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15일 여신 규모 기준으로 미국 1위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로 끌어내렸다고 발표했다.

메릴린치는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이 회사를 '매수' 리스트에 올려놓았었다.메릴린치의 케네스 브루스 애널리스트는 "신용경색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컨트리와이드가 강제로 자산을 매각할 상황에 처했다"며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현금조달 능력을 불신할 경우 사실상 파산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투자등급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요청) 증가→보유자산 싼 값에 매각→대규모 손실 발생'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다.

월스트리트 최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컨트리와이드에 대해 결국 타월을 던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도 폭락했다.이날 하루 동안에만 컨트리와이드 주가는 13% 떨어져 20달러대 초반으로 가라앉았다.

올초에 비해서는 42%나 급락했다.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사정권에 들어갔다.이날 KKR는 자회사인 KKR파이낸셜홀딩스가 모기지 자산 51억달러를 매각해 4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또 현재 보유 중인 58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에서 최고 2억5000만달러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손실로 인해 KKR의 기업공개(IPO)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확보가 힘겨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이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기업공개 후 곤경에 처해 있다는 점도 KKR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블랙스톤 주가는 지난 6월 주당 31달러로 상장된 이후 줄곧 미끄럼을 타 현재 23달러대로 추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불똥은 호주로도 옮겨 붙었다.

호주 대출업체인 '램스 홈론스'는 이날 "전 세계 신용시장의 위축으로 61억7000만호주달러(미화 50억달러)규모의 기업어음 차환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서브프라임 손실을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이 램스 홈론스의 기업어음 만기 연장에 반대한 것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