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많이 싸졌다" 일부 매수의견 '솔솔'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 공세 속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각에선 '이제 주식을 살 때'라는 조심스런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이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와 지속적인 외국인 매물로 1630선대로 주저앉았다.하지만 주가가 싸질 때로 싸지면서 긍정적 접근을 권하는 목소리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들은 신용경색 우려에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4분기 반등을 겨냥한 분할 매수에 나설 것을 권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도 "지금이 바로 아시아 주식을 살 시기"라는 전문가들의 시황관을 전했다.
◆지속되는 외국인 매도공세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7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0일 이후 5일간 3조1000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셈이다.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일 33.99%로 떨어졌다.

이는 본격적인 상승장이 시작되기 전인 2003년 3월의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최근 3년간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이처럼 보유 비중이 급감한 것은 2004년 4분기 이후 3년째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올해만 11조원가량을 팔아 치웠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리서치부문 대표는 "외국인 매도 공세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한국 주식을 저가 매수하기 위해 유입된 자금이 차익을 실현하며 한국 증시를 빠져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 속에 지수가 급락하자 상장사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PER(주가수익비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증권정보업체인 IBES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기준 한국 증시의 PER는 지난 16일 11.6배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 말 코스피지수 고점 당시의 13.7배와 비교해 20% 이상 낮아졌다.

이는 이머징시장 평균 13.3배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 증시의 상대적 저평가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임 대표는 "코스피지수는 추가로 5~8%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최근 조정은 4분기 중 반등을 겨냥해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주가 하락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미 경기회복 둔화를 견뎌낼 정도로 아시아 기업들의 실적 개선폭이 크다"며 아시아에 대한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도 아시아지역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의 말을 빌려 아시아 주요 증시의 급락을 이용해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을 권했다.

로저 그뢰블리 ABN암로 아시아주식 리서치팀장은 "이제 저점이 멀지 않았다"며 "2~3주 내 투자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 일각에도 긍정적인 접근을 권하는 목소리가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제 위기보다 과민 반응하고 있다"며 "이런 심리적 요인이 해소되면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실물경제가 아직 탄탄해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며"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백광엽/김태완/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