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엔 870~ 880원까지 갈수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주요 화폐가치의 서열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원화 강세,달러 약세,엔화 초약세'의 구도였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순식간에 서열이 180도 바뀐 것.엔화가 달러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 때문이다.전 세계에 퍼져있는 엔화 자금이 역류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반면 원화가 달러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지난 7월9일(920원90전) 이후 원·달러 환율은 24원이나 올랐다.

원화는 달러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엔화에 대해서는 더 큰 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원·엔 환율은 급등세(원화 가치 급락)를 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업체들엔 '호재'지만 지나치게 급격한 상승은 엔화 대출 기업의 환차손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이에 따른 엔화 강세 정도에 따라 원화 환율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증시의 추가 조정과 함께 원·달러 환율은 960원까지,원·엔 환율은 870~880원 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원·엔 환율 급등을 감안하면 엔화 대출자들은 2~4%포인트 수준인 내외 금리차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대규모 환차손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여기에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부터 외화대출 용도를 국내 설비투자용과 해외 실수요 용도로 제한한 점도 엔화 대출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운전자금으로 쓰기 위해 엔화를 빌린 기업들은 만기 연장을 할 수 없어 환차손을 입더라도 무조건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