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장에 굴복한 FRB … 경기 우려 내세워 재할인율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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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인하하면서 발표한 성명서에는 두 가지 의미있는 변화가 담겨 있다.
하나는 "경기 하강 위험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고 명시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다.지난 7일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만 해도 특유의 낙관론을 고집했던 FRB로서는 꼭 10일 만에 낙관론을 집어던지고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FRB가 이처럼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날로 커지고 있어 단기유동성 공급만으로 이를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FRB는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무려 940억달러의 단기유동성을 환매채 등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장에 공급했다.
그러나 신용경색은 해소될 조짐이 없었다.
오히려 미 최대의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가 단기자금을 구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신용경색은 심화됐다.역부족을 느낀 FRB가 꺼내든 카드가 재할인율 인하다.
재할인을 이용하면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유동성 공급에 제한이 없다.
또 대출기간을 30일로 연장한 만큼 일정금액을 보통 하루짜리로 공급하던 단기유동성공급과는 다른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특히 단기유동성은 공급 대상이 불분명했다.
그러다보니 대형 은행들에만 돈이 맴돌 뿐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엔 돈이 가지 못했다.
재할인율 인하는 자산이 있지만 단기자금을 구하지 못하던 금융회사들에 직접 돈을 공급하므로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바니 프랭크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은 FRB가 2개월 전부터 입장을 바꿨어야 했다며 재할인율 인하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또한 한계는 분명하다.
돈의 흐름에 숨통을 트게할 뿐 경제적인 코스트를 낮추지는 못한다.
FRB가 우려하는 경기하강을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유동성 완화와 관계없이 문제가 되는 금융회사와 펀드는 속출할 것으로 보여 국제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CBS마켓워치도 이번 주 뉴욕증시에 상승 무드가 실렸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나오는 게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인하 주장이다.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모든 소비자금융의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어 주택경기와 소비,나아가 경제 전반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 논리에서다.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재할인율 인하는 재할인 대상 회사에만 적용되는 수동적인 해법인 반면 기준금리인하는 모든 경제주체가 이득을 보는 능동적인 해법"이라며 "오는 9월18일 열리는 FOMC나 그전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어스턴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존 리딩은 "이번 조치가 시장에 확신을 주고 유동성이 모기지 금융시장에 흐르도록 할 것"이라며 "FRB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진단했다.결국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금리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하나는 "경기 하강 위험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고 명시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다.지난 7일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만 해도 특유의 낙관론을 고집했던 FRB로서는 꼭 10일 만에 낙관론을 집어던지고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FRB가 이처럼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날로 커지고 있어 단기유동성 공급만으로 이를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FRB는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무려 940억달러의 단기유동성을 환매채 등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장에 공급했다.
그러나 신용경색은 해소될 조짐이 없었다.
오히려 미 최대의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가 단기자금을 구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신용경색은 심화됐다.역부족을 느낀 FRB가 꺼내든 카드가 재할인율 인하다.
재할인을 이용하면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유동성 공급에 제한이 없다.
또 대출기간을 30일로 연장한 만큼 일정금액을 보통 하루짜리로 공급하던 단기유동성공급과는 다른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특히 단기유동성은 공급 대상이 불분명했다.
그러다보니 대형 은행들에만 돈이 맴돌 뿐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엔 돈이 가지 못했다.
재할인율 인하는 자산이 있지만 단기자금을 구하지 못하던 금융회사들에 직접 돈을 공급하므로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바니 프랭크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은 FRB가 2개월 전부터 입장을 바꿨어야 했다며 재할인율 인하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또한 한계는 분명하다.
돈의 흐름에 숨통을 트게할 뿐 경제적인 코스트를 낮추지는 못한다.
FRB가 우려하는 경기하강을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유동성 완화와 관계없이 문제가 되는 금융회사와 펀드는 속출할 것으로 보여 국제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CBS마켓워치도 이번 주 뉴욕증시에 상승 무드가 실렸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나오는 게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인하 주장이다.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모든 소비자금융의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어 주택경기와 소비,나아가 경제 전반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 논리에서다.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재할인율 인하는 재할인 대상 회사에만 적용되는 수동적인 해법인 반면 기준금리인하는 모든 경제주체가 이득을 보는 능동적인 해법"이라며 "오는 9월18일 열리는 FOMC나 그전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어스턴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존 리딩은 "이번 조치가 시장에 확신을 주고 유동성이 모기지 금융시장에 흐르도록 할 것"이라며 "FRB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진단했다.결국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금리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