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버핏의 타임'…금융시장 불안 '알짜' 투자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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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 '알짜' 투자기회美최대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 인수 가능성
'지금 시장은 버핏의 파티장?''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휘청대는 모기지 업체에 눈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일부 투자자들이 벅셔 해서웨이가 파산설에 휩싸인 미국 최대 모기지 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주가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곤두박질쳤지만 우량 모기지 및 모기지 관련 상품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버핏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미국의 투자 펀드인 가드너루소앤드가드너의 토머스 루소 파트너는 "지금은 버핏의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이 자산을 내다파는 지금이야말로 버핏에겐 '알짜'를 골라 투자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란 얘기다.
버핏은 이런 관측에 화답하듯 "모든 게 맞아 들어가면 이멜다 마르코스(쇼핑광으로 유명한 전 필리핀 영부인)보다 더 빨리 돈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버핏의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인수 시나리오는 그의 투자 전례를 봤을 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버핏은 1992년 쓰러져가던 살로먼 브러더스의 최고경영자 직을 맡아 기사회생시킨 경력이 있다.
또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때도 위기 수습을 위해 개입하려 했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손을 뗀 바 있다.당시 버핏은 LTCM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채권 등 자산을 인수하려 했지만 얽히고 설킨 LTCM의 경영 구조와 파트너십 제도에 실망,마음을 바꿨다.
실적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주식을 거둬들이는 버핏의 전통적인 가치투자 기법은 최근 3년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이 엄청난 빚으로 매입 열기를 일으켜 웬만한 주식 값이 버핏의 투자 사정권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버핏은 500억달러의 현금을 쥐고 때를 기다려왔다. 언제든지 '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버핏이 이미 모기지 시장에 발을 깊숙이 담그기 시작한 점도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벅셔의 보험 부문은 지난 2분기 중 AA등급 이상의 우량 모기지 투자 규모를 1분기보다 두 배 많은 37억달러로 늘렸다.
그는 서브프라임 대란 와중에도 금융주 투자를 늘려 주목을 받았다.
벅셔 해서웨이는 최근 미국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식 매입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그의 소신을 실천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버핏의 안목을 믿고,그가 현재 위기를 적극 활용해 수익을 만들어 낼 것이란 쪽에 돈을 걸고 있다.
20일 벅셔 해서웨이 주가는 12만700달러로 마감했다.BNP파리바 쇼크로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지난 10일 이후 8.2%나 오른 셈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