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점제 9월 시행] 예ㆍ부금 헐고 저축으로 갈아타? … 후회할텐데

결혼 3년차로 아내와 갓 돌 지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샐러리맨 김대박씨(33)는 요즘 고민에 싸여 있다.전셋집 조기 탈출을 목표로 결혼하자마자

청약부금에 가입했지만

오는 9월1일부터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웬만한 아파트의 청약 기회조차 잡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고심 끝에 김씨는 신도시 등

유망 지역 아파트 당첨 기회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청약저축으로 갈아타기 위해

3년 된 청약부금을 해지할 작정이다.

김씨의 판단은 과연 옳은 것일까.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아파트 당첨자 결정 방식이 30년 만에 현행 추첨제 대신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은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 '가점제'로 바뀌면서

청약 대기자마다 당첨 확률을 1%라도 더 높이기 위한

묘수(妙手)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수요자가

'잘못된 청약 상식' 때문에 첫 단추조차

제대로 끼우지 못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접한다.




송파·광교신도시 저축가입 6년 넘어야 당첨권

청약저축에 가입해 2년만 지나면 주공이나 SH공사 등이 분양하는 공공아파트의 당첨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신청할 수 있는 공공아파트는 이른바 '순차제' 방식으로 당첨자를 뽑기 때문이다.

물론 청약저축도 청약 예·부금과 똑같이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생긴다.

하지만 똑같은 1순위자라도 △무주택 기간 5년 이상이면서 △저축 납입 횟수가 60회를 넘고 △저축 총액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 청약 기회를 준다.

1순위자라도 똑같은 청약 기회를 갖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3월 분양됐던 판교신도시 주공아파트의 경우 저축총액이 1600만~2000만원은 돼야 당첨권이었다.

이어 작년 9월에는 무주택기간 5년 이상에 저축총액이 800만원 이상에서 대부분 당첨자가 결정됐다.



청약저축은 매월 최대 1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므로 저축에 가입한 지 6년6개월(80개월)을 넘은 사람이 당첨권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볼 때 2기 신도시 가운데 인기지역으로 꼽히는 송파나 광교신도시 등도 이와 비슷한 선에서 당첨자가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청약저축에 새로 가입하는 사람은 자칫 이들 지역은 물론 파주·김포·검단 등 다른 2기 신도시에서 청약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청약가점이 낮다고 청약예·부금을 해지하고 저축에 새로 가입했다가 되레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축은 예·부금 가입기간 인정 못받아

청약저축 가입자가 예·부금통장으로 바꿔도 기존 통장 가입기간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약예·부금을 청약저축으로 바꾸는 길은 없다.

예·부금 통장을 해지한 뒤 청약저축에 새로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예·부금에 가입한 지 3년이 지난 무주택세대주가 청약저축에 가입하면 예·부금 가입기간 3년은 무용지물이 된다.

저축에 가입한 후 꼬박 2년을 채워야 1순위 자격을 얻는다.

함부로 통장을 바꾸면 득보다 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청약저축 가입 자격 역시 다시 한번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저축은 예·부금과 달리 무주택세대주에게만 가입 자격이 주어진다.

즉,본인은 물론 배우자·자녀·부모 등 가족(세대원) 모두가 집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하며,세대주 본인만 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미혼자녀가 단독세대주로 분리하는 경우도 만 20세를 넘어야 가입 자격이 생긴다.

가점 낮으면 중대형 예·부금이 유리

이렇게 볼 때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중소형 민간 아파트용 청약예·부금 가입자 중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신혼부부나 독신자,사회초년생들은 청약저축보다는 차라리 중대형 청약예금에 가입하는 게 당첨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가점제가 시행되더라도 민간아파트 중대형 평형의 경우 공급물량의 50%는 여전히 추첨제로 당첨자를 정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청약저축의 경우 무주택을 계속 유지하면서 매월 10만원씩 5년 이상 납입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 가입하기 좋은 장기 플랜용 상품"이라며 "3~4년 안에 내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라면 일부 목돈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중대형 청약예금으로 갈아타는 편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부금 가입자 당첨 확률 떨어진다?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전용 85㎡ 이하의 민간아파트에 신청할 수 있는 청약부금 가입자의 당첨확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물론 9월부터는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어 이들의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청약부금 가입자의 당첨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분류돼 중소형 아파트는 만 35세 이상·5년 이상 무주택세대주에게 공급 물량의 75%가 우선 공급된다.무주택 기간이 짧은 사람은 지금이나 앞으로나 청약 가능 물량이 25%인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