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사업서 승승장구 '코미디 아닙니다'

“진짜 한 번 드셔 보세요. 한 조각, 아니 한입만 드셔보세요. 짜지도 않고 담백한 게 정말 ‘왔다’라니까요. 먹어보면 반해요. 이게 바로 우리 토종 치즈의 맛이죠.”

연예계 데뷔 13년째. 요즘은 ‘개그맨’이라는 말보다 ‘닭집 사장’으로 더 유명한 박명수(36)는 앉기가 무섭게 주방에 라지(Large) 사이즈 피자 한 판을 주문했다. ‘교촌치킨’은 어디 갔냐는 말에 “바로 옆집에서 잘되고 있다”고 알려준다.방송녹화를 마치자마자 달려 온 박명수를 만난 것은 일요일. 주중에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하소연’ 때문이었다. 서울 여의도 KBS 별관 바로 뒤 먹자골목에 위치한 ‘교촌치킨’ 여의도점에 들른 기자를 그는 지난 10월17일 오픈한 바로 옆 가게 ‘임실치즈피자’로 안내했다. 빨강을 로고컬러로 한 산뜻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임실치즈피자는 아직 생소할 텐데 신토불이 우리 젖소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토종 생치즈를 얹은 피자예요. 임실치즈는 수입치즈에 비해 짠 맛이 적고 아주 담백해요. 수입치즈는 배로만 들여올 수 있기 때문에 물류과정에 몇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그러다 보면 보관을 위해 나트륨을 쓰니까 아무래도 짤 수밖에 없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치즈를 냉동하고 또 해동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원래의 맛이 떨어지죠. 임실치즈는 전북 임실에서 생산되는 우리나라 치즈니까 그만큼 신선한 상태로 빠른 공급이 가능하죠.”

설명을 들으며 한입 맛본 ‘단호박 치즈피자’는 그의 설명대로 짜지도, 느끼하지도 않은 데다 단호박의 달콤한 맛이 더해져 구수하게 혀끝을 녹였다.바로 옆 ‘교촌치킨’을 운영한 것이 1년 8개월째. 2년도 채 안돼 다른 아이템으로 또 다른 가게를 오픈하는 데 무리는 없었을까. ‘치킨 팔아서 재미를 톡톡히 본 것 같다’는 질문에 사업가 박명수의 설명이 시작됐다.

“사실 교촌치킨은 여의도에 우리 점포밖에 없어요. 여의도는 참 독특한 상권이에요. 강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가 조금 비싸긴 해도 여의도지역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사실 전국 1,060여개의 교촌치킨 가운데 우리가 항상 매출 1~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 오픈할 때부터 지금껏 아주 잘되는 편이죠.(웃음) 하지만 단점은 가맹점은 가맹점일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닭집은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순수마진이 15%에 그치죠. 임실치즈피자는 제 사업으로 키워보려는 욕심에서 시작한 거예요. 제가 서울ㆍ경기 가맹점 관리권을 갖고 있거든요.”

남는 게 없으면 사실 장사를 할 이유는 없다. ‘교촌치킨’의 홍보이사로 월급도 받고 있는 박명수지만 ‘내 사업’에 대한 야망을 접을 수는 없었던 것. 올 초에 우연히 전라도에서 맛본 임실치즈피자에 반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오픈 준비를 해 왔다. 수입 브랜드의 느끼한 맛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담백한 신토불이 치즈피자가 새로운 틈새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피자시장에서 ‘블루오션’의 틈을 예지했던 것이다.전북지역에서 ‘임실치즈’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3대 메이저 브랜드 가운데 그가 손잡은 브랜드는 임실치즈농협과 왕관표임실치즈. 최근 양사가 협정식을 갖고 브랜드 통합을 하면서 전라도지역에서 ‘임실치즈피자’의 브랜드 파워는 더욱 막강해졌다. 서울로 ‘상경’한 임실치즈피자의 가맹점 관리권까지 따낸 박명수는 치킨집의 석세스 스토리로 ‘임실치즈피자’ 본사의 기대도 톡톡히 받고 있다. 외국 브랜드가 이미 포화상태인 서울ㆍ경기지역에 ‘출사표’를 던지고 진두지휘하며 뛰는 중이기 때문이다.

“치킨집은 매출이 한결같아요. 요즘은 아무래도 새로 오픈한 거니까 피자집에 신경을 많이 쓰곤 있는데 치킨은 ‘여름장사’인 데 반해 피자는 아이들 방학기간인 겨울이 성수기에요. 여름과 겨울, 하나는 비수기 다른 하나는 성수기 매상이니까 뭐 크게 매출로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얘기를 들으며 펼쳐 본 메뉴판은 20여가지의 메뉴가 장식하고 있었다. 밤, 단호박, 쌀 등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아이템들이 눈에 띄는데 가격대는 9,000~1만3,000원선. 주문을 받고 만들기 시작해서 피자가 구워져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0여분. “1대에 1,000만원이나 한다”며 주방에서 피자오븐을 들여다보는 박명수는 그야말로 사장이 다 돼 보였다.
길거리 ‘즉석시식회’ 효과 커

‘임실치즈피자’의 서울ㆍ경기지역 가맹점 관리권을 가진 그에게 가맹점 개설을 위한 조건을 물었다. 내년부터 2년 동안 가맹점 개설목표는 80~100여곳. 하루에 70여판 나가길 바랐던 새 매장이 오픈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하루 100여판이 거뜬히 나가는 걸 보고 목표달성에 대한 확신이 더욱 굳건해졌다고.

“일단 매장은 12~15평 정도 확보해야 하고 인테리어 비용은 평당 170만~180만원 정도 듭니다. 가맹비가 2,000만원, 물류보증금이 200만원 정도 필요해요. 이밖에 냉장고 등 설치비가 보통 8,000만~9,000만원 정도, 마진은 35% 정도 예상하시면 됩니다. 근데 사실 오픈 전부터 문의가 들어왔어요. 잘될 것 같아요.”

‘임실치즈피자’ 여의도점 오픈을 기해 그가 펼친 판촉활동은 ‘교촌치킨’ 때와 맥을 같이한다. 오피스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여의도의 지역적 특성과 ‘배달장사’인 아이템의 성격상 전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여기에 길거리에서 펼치는 ‘즉석시식회’가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주말에 한강에 모여드는 잠재고객들을 잡는 것. 박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주중은 증권맨 등 오피스 사람들이 매출을 올려주지만 주말에는 공원에 운동을 나온 가족들이 주 고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속한 배달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치킨도 그렇고 피자도 그렇고 어차피 제 가게들은 가맹점이에요. 진짜 제 목표는 3년 내로 먹을거리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 하는 영업점들을 접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제가 하는 모든 브랜드들을 아우르는 브랜드를 만들 예정인데, 그중 하나가 독자 먹을거리 브랜드의 형태가 될 겁니다. ‘명수랜드’ 정도로 지금은 생각 중인데 모르죠.”(웃음)

이쯤 되면 4개의 TV 프로그램 패널 출연에 교통방송 ‘2시가 좋아’ 진행자로, ‘닭집’과 ‘피자집’ 운영까지 너무 ‘잘나가는’ 박명수의 수입이 궁금해진다. “정확히 말해줄 수 없다”고 하는 그는 닭집에서만 비수기 기준 월 순익 1,000만원 정도를 올린다고 한다. 사업의 경우 매출규모는 크지만 유지비가 나가기 때문에 아직은 방송과 행사출연 수입이 훨씬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방송에서 그가 운영하는 통닭집이 늘 개그의 소재로 사용되면서 ‘교촌치킨’과 개그맨 박명수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실상 박명수의 가게에서는 연예인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

“먹는장사는 뭐니 뭐니 해도 맛입니다. 연예인 사진을 걸어놓고 장사하는 곳도 많지만 저는 손님들이 통닭을 사러 왔다가 우연히 저와 마주치면 반가워해 주는 게 더 좋아요. 또 하나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도 고객관리의 중요한 포인트죠.”

박사장은 아직도 시간이 허락하면 직접 닭을 튀긴다. 짬이 나면 그 틈을 타 매니저와 한강에서 타는 MTB가 운동의 전부라는 그는 방송활동과 음반, 사업까지 억척같다.

“(웃음) 왜냐 하면 제 꿈이 ‘제2의 주병진’이거든요. 주병진 선배만큼 덩치 큰 사업체를 운영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제2의 주병진’을 꿈꾸는 박명수는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주문받은 종이를 주방 벽에 붙이고 불고기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잘 하는가 싶었더니 이내 치즈를 반죽에 꽂는 어설픈 솜씨를 보며 “아직 멀었다”는 주방장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그러자 박명수의 반격. “그래도 닭 튀기는 것만은 내가 선수잖아.”


[돋보기] ‘닭집 사장’ 박명수의 창업 어드바이스

‘입소문 타면 때는 이미 늦으리’

남이 해서 잘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따라 하는데 그러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런 사업이 유망하다’고 한다면 중간 정도는 되겠지만 그 역시 그리 빠른 것도 아니다. 경쟁자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붙을 것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 최선은 ‘이거 지금은 좀 그런데 1~2년 후면 되겠다’ 싶은 아이템이다. 지방으로 눈을 돌려보면 의외로 괜찮은 답들이 있다. 사실 교촌치킨도 대구에서 서울로 진출한 브랜드였다. 최근 오픈한 임실치즈피자도 그런 논리에서 서울로 남보다 앞서 가져온 것이다. 지방으로 눈을 돌려 찾아보라. 분명히 될 만한 아이템이 있을 것이다.장헌주 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

- 한경비즈니스 5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