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國富펀드' 아시아 공략…선진국 비중 줄이고 中ㆍ인도 투자 확대

중동의 '국부(國富)펀드'가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쿠웨이트 국부펀드인 쿠웨이트투자공사(KIA)는 미국과 유럽 투자 비중을 90%에서 70% 이하로 줄이는 대신 중국과 인도 등의 빌딩과 아시아 사모펀드 및 고수익·고위험 펀드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KIA가 지난해 10월 중국공상은행(ICBC) 공모주 입찰에 7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시발탄'이었다.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아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KIA를 이끌고 있는 배더 알 사드 대표는 "8%대 성장률을 구가하는 아시아 국가 대신 2% 성장하는 나라들(미국이나 유럽)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지론에 따라 중동 국부펀드의 동진(東進)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대학 농구선수 출신으로 민간 펀드에서 일하던 알 사드는 2003년 걸프전과 유가 폭락,9·11 테러 등 연이은 악재로 사실상 휴면 상태에 빠져 있던 KIA의 구원투수로 영입돼 관료주의를 깨고 선진 투자기법으로 무장시켰다.

중동 국부펀드의 동진 정책은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카타르 등 중동 국부펀드들은 총 1조5000억달러(14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국채시장의 큰손인 중동 국부펀드들이 아시아 지역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미 국채를 내다 팔 경우 전반적인 달러 약세를 초래하고 미국 금리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아시아 주식시장은 미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으로 인해 상승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