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포스코 회장 "北서 파이넥스 관심‥남북 철강협력 검토"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남북철강 협력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지난 27일 저녁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CEO포럼의 주제발표자로 나서 "포스코차이나를 통해 북한이 파이넥스공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며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철강을 협력의 한 분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그는 "북한 무산철광 등에는 상당한 양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지만 철 함유량이 낮은데다 극미분 형태여서 이제까지는 경제성이 없었지만 최근 철광석 가격이 80달러대로 진입하면서 경제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현재 북한의 석탄을 소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선두기업으로서 느끼는 연구개발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그는 "일류기업으로 올라서니 쫓아갈 모델이 없어 괴로움을 느끼고 있다"며 "예전에는 얼마나 적은 자원을 투입해 빨리 결과를 뽑아내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지금은 뭘 연구하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소개했다.

잘못되면 커다란 손실을 입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초일류기업이 유지되려면 초일류 대학이 나와서 기업과 함께 달려야 한다"며 "진정한 의미의 산학협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이 회장이 진단하는 국내 상황은 이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240여개 4년제 대학 중 금속공학과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재료공학,신소재공학과가 있지만 대부분 전자재료를 연구하고 있다.포스코가 연구개발센터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포스텍에 최고 수준의 철강대학원을 만들었지만 중국,베트남에서 더 관심을 갖고 유학을 오는 실정이다.

이 회장은 철강업체에 인재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있는 중국의 상황이 부럽다며 "일류대학 출신들을 뽑아 포항, 광양제철소에 배치시키면 1년도 안 돼 대부분 그만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지방대학 졸업생들에게 가점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철강업계의 현재 상황을 인수합병으로 몸집이 거대해진 고객사(자동차회사)와 원자재업체(철광석, 원료탄업체)사이에 낀 상태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도 샌드위치 신세라는 진단이다.

그는 "철광석, 원료탄 업체의 이익은 철강회사의 3배"라며 "앞으로 가격을 절대로 안 내릴 것이기 때문에 광산을 인수 못하면 철강업체의 경쟁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향후 세계 철강업계 구조개편과 관련, 철강공룡 아르셀로-미탈을 추격해 가장 먼저 조강생산 5000만t을 달성할 회사는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아르셀로-미탈의 궁극적 관심은 중국"이라며 "하지만 중국에서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 일본,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가장 좋은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어책은 시가총액을 올리는 방법과 우호주주를 늘리는 방법"이라며 "외국인 주주 가운데는 펀드들이 많은데 펀드는 속성상 돈을 더 준다면 지분을 쉽게 팔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