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반쪽 산행' … 아직은 먼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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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태풍이 와도 끝까지 가보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31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리산행을 강행하며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이 후보는 이날 오전 지리산 노고단 등산로를 산행했다.
전날 비가 뿌렸고 이날도 날씨가 흐려 등산을 미루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후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한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산행 도중 스스로 다짐하려는 듯 "1219m가 어디냐"고 물은 뒤 해당 지점에서 의원들과 함께 "한나라당 파이팅,1219 승리"를 외쳤다.12월19일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는 '산상구상'의 핵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툭툭 털고 가야지"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박 전 대표 측과의 화해를 위한 '탕평인사' 방침을 묻자 "인사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이어 '박 전 대표를 언제쯤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치 이야기는 여의도에서만 하자.이 맑은 지리산에서 세속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 만나는 것은 시스템보다 두 사람(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글쎄 그건 아직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행한 한 측근은 "선대위가 구성되면 부위원장 한 자리,본부장 한두 자리를 박 전 대표 측에 맡기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강재섭 대표도 "최고위원 2명 몫(남자 1명, 여자 1명)을 박 전 대표 측이 추천하는 방안이 어떠냐고 건의했더니 이 후보가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고단 정상에 오른 이 후보는 "온 몸을 던져 12월19일을 향해 나가겠다"며 "이 결의는 결코 어느 누구도 꺾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연찬회에 참석한 일부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이날 산행에 아무도 동참하지 않았다.연찬회 불참 의원들은 전날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서청원 전 캠프 상임고문의 주최로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례=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