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신용위기 대책 준비돼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1일(현지시간) 주택시장의 침체가 미국 경제성장에 미칠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는 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FRB 연례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FRB가 향후 경제상황을 주시하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상황이 악화될 경우 주택시장의 약세가 예상보다 더 깊어지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이번 발언은 신용위기가 발발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처음 나온 것이어서 세계 금융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버냉키 의장은 "FRB가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 조치들을 취하고 시장기능이 작동되도록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18일 FOMC 회의 때까지 FRB가 재할인율을 추가 인하하거나 시장의 긴장을 완화할 또다른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대출기관과 투자자들의 투자선택 결과로 인한 손실을 보호하는 것이 FRB의 책임이 아니며 그렇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다"며 투자자들의 잘못을 시장이 떠안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장 초반 상승 출발한 뉴욕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상승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버냉키 의장 연설 전 125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연설내용이 알려진 뒤 다소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갖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최소화하고 거주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 당국의 대출보증과 세금 유예,저리 대출 알선 등의 정책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