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불확실성 보여준 '잭슨홀 미팅' ‥ "16개월후 전망해야 하는데 16일앞도 예측할 수 없었다"
입력
수정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잭슨홀 미팅'이 다소 우울하게 끝났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 인하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16개월 후를 논의하려고 모였지만 16일 앞(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여부를 의미)도 예측할 수 없었다'는 한탄과 '주택시장 위기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가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의 명시적인 금리 인하 언급은 없었지만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그의 발언을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프레데릭 미시킨 FRB 이사도 "주택시장 상황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제한할 만한 장치를 FRB가 갖고 있다"고 밝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게다가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피해를 입은 서민들에 대한 정부 보증 등을 발표함에 따라 뉴욕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은 잭슨홀 분위기를 안개와 구름이라는 제목으로 묘사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주택시장 위기는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가고 있으며 이를 피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도 분위기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펠드스타인 교수는 "미 경제는 매우 심각한 침체를 겪을 수 있다"면서 "금리를 급격히 낮추는 정책이 주택 소유자 직접 구제책과 더불어 최악의 결과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폭도 현재 연 5.25%에서 4.25%로 1.0%포인트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의 주장에 참석자 상당수가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헤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증권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어디에서 손실이 불거질지 정확한 자료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칼 탄넨바움 ABN암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조만간 공개될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며 "상황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우려했다.그러면서도 참석자 대부분은 FRB가 오는 18일 열리는 FOMC에서 싫어도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잰 해지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위험성은 3분의 1 정도로 높아졌다"며 "버냉키 의장의 이번 연설로 볼 때 9월 금리 인하는 확실하다"며 0.5%포인트의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키 레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 금리 인하가 확실하며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침체로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미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안심해야 할지,경기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점에 가슴 졸여야 할지 당분간 헷갈릴 수밖에 없게 됐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