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지식재산권의 도용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태국 제약회사들의 지식재산권 도용을 문제 삼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도 최근 동참하고 나섰다.일부 행동주의자들은 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지식재산권 도용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찬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행동은 '혁신 정신'을 보호하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인 논점은 이렇다.우리가 질병을 치료하고,의사소통을 하고,각종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혁신의 주역은 바로 특허 개발자들이고,그들은 법에 의해 자신의 특허가 보호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를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 결정하고,이에 대해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은 특허권,저작권,상표권 등 무역 권리에 대한 합당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협정에는 또 특허권을 예외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ing)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강제실시권이란 특별한 경우에 한해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를 사용하여 제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다.하지만 이는 국가 비상사태와 같이 특허권자에게 허락을 받기가 매우 힘든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상품도 일부 특별한 제품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행동주의자들은 지식재산권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강제실시권의 확대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WTO는 2001년 강제실시권의 적용 범위을 좀 더 확대,남아프리카의 결핵 말라리아 에이즈 등의 전염병 치료 등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강제실시권의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동주의자들은 이에 어떠한 나라에서도 제약 특허에 관해서는 강제실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행동이 세계적인 지식재산권 보호 움직임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태국을 지식재산권을 위반하는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고 공식적으로 태국의 입장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이는 태국에 대한 무역 제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태국은 지금 전 세계적인 지식재산권 보호 움직임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만약 태국 보건부가 입장을 바꾼다면 이는 모범적인 사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특허 약품에 강제실시권을 적용해 가격을 낮추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혁신 정신을 방해해서 생기는 손실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식재산권을 반대하는 행동주의자들이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더라도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보다는 혁신 정신을 보호하고 정당한 무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보스턴대학 법과대학의 명예 학장이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전 부회장인 로널드 카스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특허 치료제(Patent Remedy)'란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