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증시 보는 눈 달라졌나

2600억 순매수…3개월만에 최대 규모
대규모 매도 공세로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외국인이 오랜만에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한국과 함께 매도 공세의 타깃이 됐던 대만시장도 지난달 30일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어 외국인의 투자 패턴에 변화가 온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하지만 5일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주째 지속하던 대량 매수를 마감하고 대규모 매도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수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외국인의 이머징시장 매도 공세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이날 선·현물 시장에서의 엇갈린 행보에서 나타나듯이 외국인의 본격 순매수 기조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현물은 매수,선물은 매도

이날 외국인은 FTSE선진국지수 편입 기대 등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600여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5월22일 이후 3개월여 만의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8월 한 달 동안 8조7036억원,일평균 3956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3일에 545억원,4일에 63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매도 강도가 뚜렷이 약해지고 있다.한국과 함께 대량 '팔자'에 시달리던 대만도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돌아서고 있어 아시아를 포함한 이머징마켓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일단락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이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4주째 지속하던 대량 매수세를 마감하고 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6거래일 동안 3만7486계약을 사들이는 보기 드문 매수 일변도로 반등장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는 베이시스(현물가격과 선물가격의 차이) 개선으로 이어져 같은 기간 4조2600억원의 기록적인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고,이는 주가 급반등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의 과대한 매수세는 이제 지수 반등의 발목을 잡는 악역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선물·옵션 동시만기일(13일)을 앞두고 매수포지션을 서서히 청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후장 들어 코스피지수가 하락 반전한 것도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갑작스레 매도 우위로 돌변하며 6292억원의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외국인 순매수 기대는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순매수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상당 부분 없어졌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한국시장은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서도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이 그만큼 주식을 많이 사들였던 것"이라며 "이제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이 상당한 차익을 얻었고 저평가 매력 또한 많이 감소된 만큼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에서는 혼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철저하게 추세에 순응하는 발빠른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완/백광엽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