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돈 안되는 미얀마 자원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얀마 시민들이 군사 정부의 연료값 인상에 항의하며 최근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풍부한 천연 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미얀마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오늘날 미얀마는 1인당 소득이 18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깊은 빈곤에 처해 있다.

2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기록하는 캄보디아나 라오스보다 낮다.연간 30~40%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30%에 이른다.

최근까지 이웃국가 베트남이 증시 호황을 누릴 때 미얀마의 은행 계좌 보유자는 국민의 20%에 불과했다.

적자를 해결하려는 정부가 막대한 화폐를 찍어내면서 재정 시스템도 빈사상태다.하지만 최근 미얀마에도 햇빛이 드는 듯했다.

풍부한 에너지 매장량 덕분이다.

재정 적자를 메우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뿐 아니라 기반 시설 투자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마르타반 만과 벵갈 해안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천연 가스는 앞으로 40년간 매년 20억달러의 수입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미얀마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는 중국과 인도,한국이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입찰의 결론이 뻔하다는 점이다.

입찰가와 상관없이 중국이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 군사 정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저지해줄 중국에 국익을 내줄 자세다.

자원 수입은 내피이토라는 새로운 수도 건설 등 허황된 대규모 프로젝트에 쓰이고 있다.

공무원과 군 인력의 임금은 최근 1000% 올랐다.

미얀마 군부의 핵심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는 얼마 전 러시아로부터 원자로를 구입하기로 했다.

의학적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2억5000만달러라는 구매 비용은 국민 1인당 의료 서비스에 연간 1달러도 안 쓰는 군부에 큰 돈이다.

원자로가 미얀마 군정의 군사적 우위를 지키는데 쓰일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얀마의 재정 상태는 에너지 수입에도 불구하고 악화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상반기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을 20% 늘렸다.

외환 보유액도 줄고 있다.

연료 정제를 위한 기반 시설이 워낙 낙후돼 있어 쓸 만한 연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버스와 자동차의 60%를 움직이는 등 경제를 떠받치는 디젤 연료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내 정제 설비는 유황 함유량이 낮은 일부 원유만 디젤로 정제할 수 있다.

정제 연료의 국제 가격은 최근 5년간 300%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예고 없이 천연가스와 디젤,휘발유값을 최고 5배까지 인상했다.

군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결정에 이미 익숙한 미얀마인들도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연료값 인상에서 비롯된 미얀마의 이번 사태는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위가 길어질 때 타격을 입는 것은 군정 체제 자체가 될 것이다.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글은 호주 시드니 맥쿼리 대학의 션 터넬 경제학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가스의 공격(Gas Attack)'이란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