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낙원이 가라앉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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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奎載 <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
섬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산호섬.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솟고…. 주민은 탈출의 긴 줄을 서고…. 환경재앙과 인류의 종말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21세기 노아의 방주? 조그만 섬나라 투발루에 관한 기사가 지난 주부터 한국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타바우 테이 환경 장관이 이번주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계기다. 그는 12일부터 닷새간 서울과 여수에서 개최되는 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여한다. 투발루는 산호초로 둘러싸인 인구 1만명의 작은 섬나라다. 수도가 있는 푸나푸티 섬이래봤자 여의도의 3분의 1이다. 텃밭 농사와 자가 소비용 어업이 전부다. 인구 밀도는 높고 산업은 없다. 교통이 불편해 관광업도 불모지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쓴다. 해수 담수화 설비도 호텔도 도로도 정부 청사도 가로등도 공항도 모두 대만 뉴질랜드 미국 등 외국이 지어주었다. 1978년에 독립했고 2000년에야 유엔에 가입했다. 국가 생존 전략이 눈물겹다. 이 나라의 국가전화번호는 900번이다. 미국의 많은 폰섹스 업자들이 외우기 쉬운 이 번호를 돈을 내고 빌려 쓴다. 체면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미국 원양선단이 인근 경제수역에서 조업하는 대가로 입어료를 내는 것이 가장 큰 수입원이다. 이 나라의 인터넷 도메인은 닷 티브이(. tv)다. 미국의 한 인터넷 회사가 이 나라 도메인을 통째로 사들여 케이블TV 회사들에 빌려준다. 이 수입이 5000만달러였다. 투발루는 이 돈으로 회비를 내고 유엔에 가입했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50년 이내에 완전히 물 속에 가라앉는다는 주장 때문이다. 6,7년 전부터 주로 영국의 진보계열 매체들이 이 나라의 수몰(水沒)관련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고 환경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지구촌 환경 재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아름다운 낙원(?)이 사라진다"는 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소재 아닌가. 투발루의 높이는 해발 4.5m 밖에 되지 않는다. 쓰나미라도 닥치면 그날로 종말?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 나라가 더이상 국가로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과 해수면 상승,그리고 그것의 원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구온난화가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우선 해수면 상승이라는 것 자체가 심각한 과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의 남태평양 해수면 상승은 1950년대 이전의 해수면 수위를 회복하는 중일 뿐이라는 것은 사이언스에 게재된 프랑스 학자들의 분석이다. 투발루 국민들이 통째로 이민을 희망했던 호주의 연구 결과는 더욱 뜻밖이다. 호주의 국립 조수연구소는 지난 22년 동안 투발루 해수면은 연평균 0.07밀리미터(22년간 1.5밀리미터-미터가 아니다!)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투발루가 물에 잠기면 호주 시드니도 물에 잠긴다는 것이 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그러니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호주 이민을 신청하는 것은 좋지만 환경재앙을 핑계되며 '노아의 방주'같은 극적인 스토리는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투발루는 호주 이민을 거부당한 다음 뉴질랜드와 협상해 매년 75명씩 이민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 섬의 상황을 연구한 결과들에 따르면 투발루 해변의 모래사장이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는 것은 결코 바닷물이 차올라서가 아니라 협소한 면적에 넘치는 인구,과도한 건축용 모래 채취,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한 공항 증설,경제난에 따른 나무 벌목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다시 말해 스스로 자기 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투발루의 환경부 장관이 이제 한국을 방문해서 또 한차례 지구온난화와 인류의 종말론을 설파할 모양이다. 그가 어떻게 한국에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자칫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바다는 당연히 깨끗하고 풍요롭게 관리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노아의 방주를 만들자고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낙원도 없지만 가라앉고 있지도 않다.jkj@hankyung.com
*투발루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돈 교수의 '비판적 환경주의자',비외른 람보르 교수의 '회의적 환경주의자',김준민 교수의 '들풀에서 줍는 과학' 등의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섬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산호섬.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솟고…. 주민은 탈출의 긴 줄을 서고…. 환경재앙과 인류의 종말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21세기 노아의 방주? 조그만 섬나라 투발루에 관한 기사가 지난 주부터 한국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타바우 테이 환경 장관이 이번주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계기다. 그는 12일부터 닷새간 서울과 여수에서 개최되는 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여한다. 투발루는 산호초로 둘러싸인 인구 1만명의 작은 섬나라다. 수도가 있는 푸나푸티 섬이래봤자 여의도의 3분의 1이다. 텃밭 농사와 자가 소비용 어업이 전부다. 인구 밀도는 높고 산업은 없다. 교통이 불편해 관광업도 불모지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쓴다. 해수 담수화 설비도 호텔도 도로도 정부 청사도 가로등도 공항도 모두 대만 뉴질랜드 미국 등 외국이 지어주었다. 1978년에 독립했고 2000년에야 유엔에 가입했다. 국가 생존 전략이 눈물겹다. 이 나라의 국가전화번호는 900번이다. 미국의 많은 폰섹스 업자들이 외우기 쉬운 이 번호를 돈을 내고 빌려 쓴다. 체면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미국 원양선단이 인근 경제수역에서 조업하는 대가로 입어료를 내는 것이 가장 큰 수입원이다. 이 나라의 인터넷 도메인은 닷 티브이(. tv)다. 미국의 한 인터넷 회사가 이 나라 도메인을 통째로 사들여 케이블TV 회사들에 빌려준다. 이 수입이 5000만달러였다. 투발루는 이 돈으로 회비를 내고 유엔에 가입했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50년 이내에 완전히 물 속에 가라앉는다는 주장 때문이다. 6,7년 전부터 주로 영국의 진보계열 매체들이 이 나라의 수몰(水沒)관련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고 환경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지구촌 환경 재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아름다운 낙원(?)이 사라진다"는 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소재 아닌가. 투발루의 높이는 해발 4.5m 밖에 되지 않는다. 쓰나미라도 닥치면 그날로 종말?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 나라가 더이상 국가로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과 해수면 상승,그리고 그것의 원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구온난화가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우선 해수면 상승이라는 것 자체가 심각한 과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의 남태평양 해수면 상승은 1950년대 이전의 해수면 수위를 회복하는 중일 뿐이라는 것은 사이언스에 게재된 프랑스 학자들의 분석이다. 투발루 국민들이 통째로 이민을 희망했던 호주의 연구 결과는 더욱 뜻밖이다. 호주의 국립 조수연구소는 지난 22년 동안 투발루 해수면은 연평균 0.07밀리미터(22년간 1.5밀리미터-미터가 아니다!)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투발루가 물에 잠기면 호주 시드니도 물에 잠긴다는 것이 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그러니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호주 이민을 신청하는 것은 좋지만 환경재앙을 핑계되며 '노아의 방주'같은 극적인 스토리는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투발루는 호주 이민을 거부당한 다음 뉴질랜드와 협상해 매년 75명씩 이민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 섬의 상황을 연구한 결과들에 따르면 투발루 해변의 모래사장이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는 것은 결코 바닷물이 차올라서가 아니라 협소한 면적에 넘치는 인구,과도한 건축용 모래 채취,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한 공항 증설,경제난에 따른 나무 벌목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다시 말해 스스로 자기 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투발루의 환경부 장관이 이제 한국을 방문해서 또 한차례 지구온난화와 인류의 종말론을 설파할 모양이다. 그가 어떻게 한국에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자칫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바다는 당연히 깨끗하고 풍요롭게 관리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노아의 방주를 만들자고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낙원도 없지만 가라앉고 있지도 않다.jkj@hankyung.com
*투발루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돈 교수의 '비판적 환경주의자',비외른 람보르 교수의 '회의적 환경주의자',김준민 교수의 '들풀에서 줍는 과학' 등의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