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의 法 테크] 마키아벨리즘과 녹슨 칼

또 진흙탕 속이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의혹이 꼬리를 문다. 청와대와 대선 후보 측까지 난장판에 뛰어들었다.

한 쪽이 정치공작설을 제기하자 다른 쪽은 검찰 고소로 맞받아쳤고,이를 시민단체가 재차 형사 고발했다.

한때 잘나가던 정권 실세들에게선 구린내가 풍겨나고 검찰은 뒤늦게 허겁지겁 분주한 척하고…. 정치 사회 등 각 분야가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어제가 대선 D-100일.

때가 때인 만큼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구태만 되풀이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향후 5년간 국민들의 행복 지수를 업그레이드시킬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무책임한 폭로와 근거 없는 의혹 들추기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반(反)도덕적 수단도 정당화된다는 500년 전 마키아벨리즘이 요즘 선거판에서도 먹혀드는 것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법무 장관까지 나서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취약한 실정"이라고 토로했을까. 이럴 때일수록 검찰은 폭탄주로 화합을 다지기보다는 추상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대선 날짜가 다가오면서 검찰의 칼날은 녹슨 칼처럼 갈수록 무뎌지는 느낌이다.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