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야 노트북이야? … PC, 패션을 입는다

컴퓨터가 패션을 만나 화려해지고 있다.

무채색 일색이던 PC가 꽃무늬와 원색의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아트' 시리즈 제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7000달러(650만원)를 호가하는 명품 PC까지 나왔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융합,엔터테인먼트-디지털의 융합에 이어 컴퓨터-패션의 융합이 컨버전스의 새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1위 PC업체인 HP는 지난 5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패션 주간에 뉴욕 한복판에서 열린 이 행사는 뉴요커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꽃무늬와 기하학적 문양을 입힌 노트북PC가 대표적 사례다.

HP는 MTV와 함께 개최한 디자인 콘테스트 수상작을 노트북 스킨에 새겨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옷걸이에 걸려 무대에 전시된 노트북을 보면 컴퓨터인지,가방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HP는 독일 모던 디자인의 선구자 블라드미르 카간을 비롯한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한정판 노트북도 선보일 예정이다.

컴퓨터에 패션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HP뿐만이 아니다.델도 무채색을 고집하던 보수적인 색 적용을 탈피했다.

최근 레드,블루,옐로,핑크,에스프레소,라임그린 등 8가지 화려한 색상을 처음으로 노트북에 적용한 '인스피론' 시리즈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보르도TV'에 적용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블랙 고광택 소재를 최근 노트북과 데스크톱,프린터 등에 과감히 도입했다.

넝쿨 등 독특한 문양을 추가한 노트북 신제품 '센스 R70'도 선보였다.

LG전자는 예술작품을 지향한 아트 PC 시리즈까지 내놓았다.

조각 작품을 연상시키는 입체 패턴,푸른 달을 형상화한 파스텔 블루 색상의 LED 장치까지 기존 PC에서 볼 수 없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인다.

LG전자는 피카소 시리즈를 계기로 자동차의 연식을 구분하는 것과 같이 매년 아트 시리즈 신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 PC의 등장도 컴퓨터와 패션의 컨버전스를 보여주는 사례다.

HP는 기존 '파빌리온''프리자리오'와는 차원이 다른 '부두'라는 명품 브랜드를 내놓았다.

첫 제품은 럭셔리 PC인 '블랙버드002',알루미늄 새시에 LED 조명,수랭식 냉각장치,컴퓨터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인테리어까지 범상치 않은 느낌을 준다.

가격은 최저 2000달러에서 최고 7000달러까지 나간다.

부두 브랜드의 게이밍 노트북도 내놓았다.

빨강,파랑,노랑,초록 등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토드 브레들리 HP 부사장은 "컴퓨터에 패션을 접목한 것은 사용자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가족과 함께 쓰는 컴퓨터가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담은 컴퓨터를 갖는 진정한 퍼스널 컴퓨터(PC)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