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ㆍ경쟁 간데없고 꼼수만…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 1년 지났지만 파행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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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된 지 1년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 데도 벌써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참여정부가 효율적인 공무원 개혁의 명분 아래 2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실제 시장에서의 평가는 박하기 짝이 없다.개방형·공모 직위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고,계급을 폐지한다던 직무등급제는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부처별로 인사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적인 제도를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눈 가리고 아웅'개방형·공모직
고위 공무원단 제도의 핵심은 민간이나 타 부처를 가리지 않고 뽑아 쓰겠다는 개방형·공모 직위다.
2000년 도입된 개방형 직위가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과 함께 확대됐다.각 부처 1~3급 고위직 중 20%(175개)는 개방형 직위,30%(207개)는 공모 직위로 정해졌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개방형·공모 직위의 절반 이상을 외부 임용으로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 민간이나 타 부처 출신은 실질적으로 열 명 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재정경제부의 경우 개방형·공모 직위가 10개인데 이 중 민간인 출신은 1명,타 부처 출신도 1명 뿐이다.
타 부처 출신 한 명은 그나마 산업자원부와의 인사교류 형식으로 맞교환했다.
그래도 대외적으로는 외부 임용이 5명으로 50%라고 말한다.
재경부 출신으로 청와대와 기획예산처에 잠깐 파견 또는 전출 갔다가 돌아온 3명도 외부 임용으로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산자부도 11개의 개방형·공모 직위 중 7개가 외부 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본래 산자부 출신을 빼면 실질적으로 2명에 지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5개의 개방형·공모 직위 중 1명만 외부에서 왔다.
법무부는 15개 중 4개,환경부는 13개 중 3개만 외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각 부처들은 타 부처 출신 등 외부 임용 숫자를 늘리기 위해 고위직 자리를 맞교환하기도 한다.
건설교통부와 환경부는 2명을 주고 받았고,해양수산부는 농림부 환경부 교육인적자원부와 각각 한 명씩 맞교환했다.
이들은 2년의 계약기간이 지나면 원대복귀한다.
고위공무원단제도 도입 이전에 있었던 부처간 인사교류와 다를 게 없다.
맞교환 방식으로 타 부처에 가게 된 한 관료는 "대부분 '잠깐 가서 조용히 있다가 오면 된다'는 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급 폐지했다고?
고위공무원단제도에서는 계급과 연공서열보다 업무와 실적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겠다며 계급제를 폐지하고 직무등급제를 도입했다.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도 등을 기준으로 직위별 등급을 부여해 보수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과거 1급부터 3급까지 계급은 폐지됐지만 대신 가~마 등급이 생겼다.
재경부의 경우 1급 중 차관보와 실장은 가 등급,나머지 1급은 나 등급이 됐다.
2급 중 국장급은 다 등급이며,국세상임심판관 등 나머지는 라 등급이다.
3급인 심의관은 마 등급으로 바뀌었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운영은 예전처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급적인 방식 그대로다.
정부 부처의 한 인사 담당자는 "가~마 등급에서 아래부터 차례로 올라갈 뿐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며 "과거 계급 역시 업무 중요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대부분 직무등급을 (예전처럼) 계급으로 인식한다"며 "아래 등급에서 위 등급으로 올라가면 좋아하겠지만 아래로 떨어지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제도가 현실과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절차 복잡하고 시간 걸리고
인사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고위직 자리가 한두 달 공석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개방형 직위는 임용기간 만료 2개월 전에 공모를 시작해야 하고 공모 직위는 결원예상 1개월 전부터 공모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결원이 생기면 공모기간 동안 자리가 비게 될 수밖에 없다.
공모를 거쳐 각 부처가 적임자를 뽑아도 바로 임용되지 않고 중앙인사위의 인사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여태까지 각 부처가 인사심사위원회에 올린 인사안의 94.1%(원안의결 86.6%,개선권고부 의결 7.5%)는 거의 그대로 통과됐다.
고위공무원단이 되려면 3개월간의 후보자 교육과 역량도 평가받아야 한다.
후보자 교육은 현재 업무와 병행해야 하는 데다 2주일 정도의 입교 교육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단제도를 만들 때) 현실을 잘 모른 채 너무 이상에만 치우쳐 당초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전 부처 고위공무원을 놓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데 누가 어떤 일을 잘 할지는 함께 일해 본 장·차관 등 간부들이 제일 잘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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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고위공무원단 제도=정부 부처 주요 실·국장급 공무원을 일반 공무원과 별도로 통합관리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인사시스템으로 작년 7월부터 시행됐다.공모직위 직무등급제가 신설됐고 2000년 도입된 개방형 직위,성과평가관리제 등도 고위공무원단제도에 통합됐다.
민간이나 타 부처 출신 공무원과 경쟁을 유도하며 기존 계급과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참여정부가 효율적인 공무원 개혁의 명분 아래 2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실제 시장에서의 평가는 박하기 짝이 없다.개방형·공모 직위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고,계급을 폐지한다던 직무등급제는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부처별로 인사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적인 제도를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눈 가리고 아웅'개방형·공모직
고위 공무원단 제도의 핵심은 민간이나 타 부처를 가리지 않고 뽑아 쓰겠다는 개방형·공모 직위다.
2000년 도입된 개방형 직위가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과 함께 확대됐다.각 부처 1~3급 고위직 중 20%(175개)는 개방형 직위,30%(207개)는 공모 직위로 정해졌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개방형·공모 직위의 절반 이상을 외부 임용으로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 민간이나 타 부처 출신은 실질적으로 열 명 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재정경제부의 경우 개방형·공모 직위가 10개인데 이 중 민간인 출신은 1명,타 부처 출신도 1명 뿐이다.
타 부처 출신 한 명은 그나마 산업자원부와의 인사교류 형식으로 맞교환했다.
그래도 대외적으로는 외부 임용이 5명으로 50%라고 말한다.
재경부 출신으로 청와대와 기획예산처에 잠깐 파견 또는 전출 갔다가 돌아온 3명도 외부 임용으로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산자부도 11개의 개방형·공모 직위 중 7개가 외부 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본래 산자부 출신을 빼면 실질적으로 2명에 지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5개의 개방형·공모 직위 중 1명만 외부에서 왔다.
법무부는 15개 중 4개,환경부는 13개 중 3개만 외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각 부처들은 타 부처 출신 등 외부 임용 숫자를 늘리기 위해 고위직 자리를 맞교환하기도 한다.
건설교통부와 환경부는 2명을 주고 받았고,해양수산부는 농림부 환경부 교육인적자원부와 각각 한 명씩 맞교환했다.
이들은 2년의 계약기간이 지나면 원대복귀한다.
고위공무원단제도 도입 이전에 있었던 부처간 인사교류와 다를 게 없다.
맞교환 방식으로 타 부처에 가게 된 한 관료는 "대부분 '잠깐 가서 조용히 있다가 오면 된다'는 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급 폐지했다고?
고위공무원단제도에서는 계급과 연공서열보다 업무와 실적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겠다며 계급제를 폐지하고 직무등급제를 도입했다.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도 등을 기준으로 직위별 등급을 부여해 보수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과거 1급부터 3급까지 계급은 폐지됐지만 대신 가~마 등급이 생겼다.
재경부의 경우 1급 중 차관보와 실장은 가 등급,나머지 1급은 나 등급이 됐다.
2급 중 국장급은 다 등급이며,국세상임심판관 등 나머지는 라 등급이다.
3급인 심의관은 마 등급으로 바뀌었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운영은 예전처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급적인 방식 그대로다.
정부 부처의 한 인사 담당자는 "가~마 등급에서 아래부터 차례로 올라갈 뿐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며 "과거 계급 역시 업무 중요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대부분 직무등급을 (예전처럼) 계급으로 인식한다"며 "아래 등급에서 위 등급으로 올라가면 좋아하겠지만 아래로 떨어지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제도가 현실과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절차 복잡하고 시간 걸리고
인사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고위직 자리가 한두 달 공석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개방형 직위는 임용기간 만료 2개월 전에 공모를 시작해야 하고 공모 직위는 결원예상 1개월 전부터 공모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결원이 생기면 공모기간 동안 자리가 비게 될 수밖에 없다.
공모를 거쳐 각 부처가 적임자를 뽑아도 바로 임용되지 않고 중앙인사위의 인사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여태까지 각 부처가 인사심사위원회에 올린 인사안의 94.1%(원안의결 86.6%,개선권고부 의결 7.5%)는 거의 그대로 통과됐다.
고위공무원단이 되려면 3개월간의 후보자 교육과 역량도 평가받아야 한다.
후보자 교육은 현재 업무와 병행해야 하는 데다 2주일 정도의 입교 교육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단제도를 만들 때) 현실을 잘 모른 채 너무 이상에만 치우쳐 당초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전 부처 고위공무원을 놓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데 누가 어떤 일을 잘 할지는 함께 일해 본 장·차관 등 간부들이 제일 잘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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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고위공무원단 제도=정부 부처 주요 실·국장급 공무원을 일반 공무원과 별도로 통합관리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인사시스템으로 작년 7월부터 시행됐다.공모직위 직무등급제가 신설됐고 2000년 도입된 개방형 직위,성과평가관리제 등도 고위공무원단제도에 통합됐다.
민간이나 타 부처 출신 공무원과 경쟁을 유도하며 기존 계급과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