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타를 찾습니다

鄭俊石 <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jsjung88@kotef.or.kr >

1954년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상임 지휘자를 뽑을 때 카라얀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베를린필 단원들이 순수 예술을 고집하는 첼리비다케 대신 상업 마인드를 갖춘 카라얀을 선택한 것은 고전 음악계의 판도를 바꾼 큰 사건이었다. 순수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 행위에 국한하지 않고 음반 제작과 판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특히 대지휘자의 이미지까지 판매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한 카라얀은 음악시장 탄생의 산파라는 평도 받는다.1989년 카라얀 사망 이후 '대스타'가 사라진 클래식 음반 시장은 크게 위축되었다.잉글랜드는 축구의 종주국이지만 한때 유럽 축구의 중심에서 멀어졌었다. 레알마드리드와 AC밀란,바이에른뮌헨 등과 같은 유럽 대륙의 축구 클럽들이 맹위를 떨치던 당시 잉글랜드 리그는 2류로 전락했다고들 했다. 그러던 잉글랜드 리그가 세계 각지의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대변신을 꾀했다. 스타가 모이면서 팬들도 모이고 늘어난 수입이 또다시 스타를 불러 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낸 것이다.

스타의 등장은 이런 것이다. 잘 몰랐던 분야,관심 없던 일들도 스타가 부각되면서 급속히 우리에게 친숙해진다. 골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들도 박세리의 활약상을 보면서 골프에 친숙해지고,축구에 관심 없던 사람도 박지성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에 열광하게 된다. 스타가 나타난 분야는 세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자연스레 그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인재들도 늘어난다. 스타가 만들어 내는 사회·경제적 가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뜨고 있는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는 멕시코의 국가 이미지까지 개선시키고 있지 않은가.

스타의 필요성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스타성이 필요하다.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자기 조직의 스타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해 봄직하다. 필자도 현장의 산업기술 인력 양성과 산학협력 사업에서 으뜸되는 분야를 선정해 스타처럼 키워 가자고 직원들에게 늘 당부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사업 영역이 오히려 더욱 확실해지고 직원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며 일에 대한 보람 역시 더 커지고 있다.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는 이공계 출신 인재들 중에서도 스타급 인사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공계를 나와서 성공하고 산업기술계의 큰 거장이 되는 스타가 나와 준다면 자연스레 이공계를 선망하고 기술인을 중히 여기는 문화도 보편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공계의 카라얀,박지성을 한 번 기다려 보자. 아니 키워 내 보자.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