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변양균, 도대체 얼마나 '가까운 사이' 였을까?

'의혹투성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11일 드러나자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신씨의 행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변씨는 작년 여름 청와대 정책실장이 된 후 과천의 자택을 두고 서울 수송동의 호텔형 장기체류 숙박시설인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로 거처를 옮겼으며, 신씨 역시 작년 가을께 이대 후문 근처의 원룸을 나와 종로구 내수동의 주상복합건물 '경희궁의 아침'으로 이사했다.세종로를 사이에 둔 두 건물의 거리는 약 800m, 차로는 3분, 도보로 10분 거리에 불과하다.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실장의 '잘못된 만남'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본인들이 밝히지 않아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신씨가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현대미술아카데미 강사로 잠시 활동했을 때 변 전 실장이 이 강좌를 수강하면서 처음 만났다는 얘기도 미술계에 돌고 있으나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당시 변 전 실장은 예산청 행정예산국장이었고 신씨는 실패한 5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해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었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변 전 실장이 신씨의 학력위조 사실을 알고서도 신씨를 비호해 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중론.

오히려 이들이 가까워진 것은 고교 때 미대 진학을 꿈꿀 정도로 열렬한 미술 애호가이며 아마추어 화가인 변 전 실장의 성향과 '연줄'을 십분 이용하는 능력을 가진 신씨의 성향이 맞아 떨어진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술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예일대 석사과정을 졸업한 변 전 실장이 예일대 박사과정 수료생을 사칭하던 신씨에게 '동문 후배'로서 호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영남 출신이며 불교도라는 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이 두 사람의 사이는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차관이었고 신씨가 성곡미술관에 재직하던 2003년께부터 급속히 가까워졌으며 이런 관계는 2005년 이후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고 신씨가 동국대 조교수이던 시절을 거쳐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신씨는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자금 마련'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했으며, 이 때문에 변 전 실장이 신씨가 진행하는 행사에 기업 후원이나 문예진흥기금 등 공공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미술계에서는 신씨가 2000년대 초반부터 데이트 상대 중에 경제 관료가 있고 이 때문에 지원금 모금에 큰 도움을 받는다는 말을 해 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또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청와대 불자회장을 맡아 불교계의 각종 민원을 듣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점이 동국대 내에서 신씨의 입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이 점과 관련해 변 전 실장이 올해 2월 장윤스님이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이후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가도 관심거리다.

변 전 실장이 올해 2월 이후 수개월간 불교계나 동국대 관계자 등을 만나 직·간접적 방식으로 신정아씨의 편을 들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 전 실장이 신씨의 학력위조 사실을 확인한 때는 언제일까.

변 전 실장이 7월 초 과테말라에서 지인을 통해 장윤스님과 접촉을 시도했고 7월 8일 장윤스님을 직접 만난 점을 고려할 때 7월 초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변 전 실장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신씨의 학력위조 행각에 감쪽같이 속았고 신씨의 말을 믿고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 은폐 시도를 본의 아니게 돕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한편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남녀의 사생활에 그치지 않고 고위 관료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의혹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과 두 사람 사이의 사신(私信)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린다 김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