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4) 부동산 경매 25년간 1500억원 낙찰 조선안 지지에셋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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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경력 25년의 조선안 지지에셋 사장(51)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경매한 것이 27건에 불과하다.
한 해에 겨우 한 건이 넘는 정도다.하지만 낙찰가액을 모두 합치면 1500억원에 육박한다.
단순 계산해도 50억원 이상의 '대어'들만이 그의 손을 탄 것이다.
요즘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낙찰가액이 대부분 1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덩치 큰 경매 물건을 입질하는 큰손들이 한수 지도받기 위해 그를 찾는 이유다.
부동산 경매는 싼 값에 집과 땅을 장만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 사장처럼 내로라 하는 고수에서부터 갓난아기를 업고 나온 초보 아줌마와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로 법원 경매법정은 늘 붐빈다.
한 건만 제대로 잡으면 요즘 잘 나가는 주식이나 펀드보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게임의 법칙도 간단하다.
입찰 때 남들보다 높은 값을 써내면 이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게임도 승자의 기쁨을 맛보려면 결코 간단치 않은 노력(권리분석)을 기울여야 한다.대출금 연체 등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는 부동산이다 보니 등기부등본,토지·건물대장,토지이용계획확인원,지적도 등 10여 가지의 서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신발 밑창이 닳도록 발품(현장답사)도 팔아야 한다.
가끔은 서류에 없는 이해관계자가 불쑥 나타나거나,싼 값에 낙찰받아 놓고도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조 사장이 경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4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1988년,지인들과 함께 형광등 갓 제조업체를 세우면서였다.
관계사 설립에 필요한 공장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경매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1995년 회사가 부도로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부도가 나자 회사는 물론 자신이 살고 있던 집까지 경매로 넘어가 버렸다.
경매의 단맛,쓴맛을 다 본 그는 1997년 법무법인에 취직해 아예 경매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
조 사장은 "경매나 부동산 관련 법령과 제도를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땅에 숨겨진 가치를 볼 줄 알아야 진정한 고수"라며 버려진 땅을 낙찰받아 비싼 값에 매각한 사례를 하나 알려줬다.
1999년 경기도 부천에 있는 땅 188㎡가 경매에 나왔다.
당시 감정가는 5700만원이었지만 몇 차례 유찰되면서 입찰 최저가격이 12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폭이 7m는 돼야 건축허가가 나오는데 5~6m밖에 되지 않은 데다 땅 모양도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쓸모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조 사장에게는 이 땅의 가치를 높일 줄 아는 눈썰미가 있었다.
인근에 짓고 있는 상가에서 쓸모 없는 땅의 미래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건물에서 200m 안에 부설 주차장이 있으면 건물 안에 따로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설주차장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다.
상가 주인 입장에서도 주변 땅을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게 이득이었다.
결국 1200만원에 낙찰받은 땅을 주변 시세에 맞춰 9800만원에 팔았다.
수익률이 700%가 넘는 대박이었다.
이런 조 사장도 "과학적인 분석만큼이나 감(感)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2001년에 경기도 부천에 있는 병원 건물을 낙찰받았을 때였다.
감정가 150억원이었던 이 건물 구입을 의뢰한 업체는 입찰가로 89억원을 제안했지만 조 사장은 81억원을 고집했다.
낙찰받으면 특별 보너스를,못 받으면 손해배상을 해주는 별도 계약까지 맺었다.
병원 건물인 만큼 경매 후 환자를 내보내야 하고 비싼 기기들을 처리하기도 까다로워 명도(내주기 또는 비워주기)가 힘들 것이므로 경쟁자들이 입찰금액을 높게 쓰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에 의존한 일종의 도박이었다.
"의뢰인 쪽에서 81억원에 낙찰받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했지만 사실 그런 것은 없었어요.
이 금액이면 될 것이라는 느낌이 유일한 근거였지요."
경매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조 사장은 대뜸 '부뚜막 소금'과 '부지깽이'라는 말을 꺼냈다.
'부뚜막 소금도 (음식에) 넣어야 짜다'는 속담처럼 실천(도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였다.
"경매에서 손해를 안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경매를 안하면 됩니다.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약간은 저지르고 본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경매에서 2등은 수익을 낼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부지깽이'는 다양한 리스크를 갖고 있는 경매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을 빗댄 말이다.
"불을 손으로 직접 만지면 뜨거우니까 부지깽이를 쓰잖아요.
아무래도 경매는 위험성이 높으니까 전문가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경매 물건에 대한 권리분석을 잘못하면 추가로 들이는 돈이 낙찰가보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낙찰가의 2% 정도인 권리분석 비용을 아끼려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어요.
경매 초보자에게 전문가를 찾아보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조 사장은 부동산과 관련 있는 각종 통계를 주의깊게 살펴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통계 안에 투자처가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통계의 추세를 따라가다 보면 장기적 측면에서 투자수익률이 높아진다"며 "단타 매매를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곳이 부동산인 만큼 황소처럼 우직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서울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 인기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땅(토지)은 10년 이상을 본다면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매입 대상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돈 빌려서 땅에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한 해에 겨우 한 건이 넘는 정도다.하지만 낙찰가액을 모두 합치면 1500억원에 육박한다.
단순 계산해도 50억원 이상의 '대어'들만이 그의 손을 탄 것이다.
요즘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낙찰가액이 대부분 1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덩치 큰 경매 물건을 입질하는 큰손들이 한수 지도받기 위해 그를 찾는 이유다.
부동산 경매는 싼 값에 집과 땅을 장만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 사장처럼 내로라 하는 고수에서부터 갓난아기를 업고 나온 초보 아줌마와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로 법원 경매법정은 늘 붐빈다.
한 건만 제대로 잡으면 요즘 잘 나가는 주식이나 펀드보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게임의 법칙도 간단하다.
입찰 때 남들보다 높은 값을 써내면 이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게임도 승자의 기쁨을 맛보려면 결코 간단치 않은 노력(권리분석)을 기울여야 한다.대출금 연체 등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는 부동산이다 보니 등기부등본,토지·건물대장,토지이용계획확인원,지적도 등 10여 가지의 서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신발 밑창이 닳도록 발품(현장답사)도 팔아야 한다.
가끔은 서류에 없는 이해관계자가 불쑥 나타나거나,싼 값에 낙찰받아 놓고도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조 사장이 경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4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1988년,지인들과 함께 형광등 갓 제조업체를 세우면서였다.
관계사 설립에 필요한 공장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경매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1995년 회사가 부도로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부도가 나자 회사는 물론 자신이 살고 있던 집까지 경매로 넘어가 버렸다.
경매의 단맛,쓴맛을 다 본 그는 1997년 법무법인에 취직해 아예 경매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
조 사장은 "경매나 부동산 관련 법령과 제도를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땅에 숨겨진 가치를 볼 줄 알아야 진정한 고수"라며 버려진 땅을 낙찰받아 비싼 값에 매각한 사례를 하나 알려줬다.
1999년 경기도 부천에 있는 땅 188㎡가 경매에 나왔다.
당시 감정가는 5700만원이었지만 몇 차례 유찰되면서 입찰 최저가격이 12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폭이 7m는 돼야 건축허가가 나오는데 5~6m밖에 되지 않은 데다 땅 모양도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쓸모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조 사장에게는 이 땅의 가치를 높일 줄 아는 눈썰미가 있었다.
인근에 짓고 있는 상가에서 쓸모 없는 땅의 미래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건물에서 200m 안에 부설 주차장이 있으면 건물 안에 따로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설주차장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다.
상가 주인 입장에서도 주변 땅을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게 이득이었다.
결국 1200만원에 낙찰받은 땅을 주변 시세에 맞춰 9800만원에 팔았다.
수익률이 700%가 넘는 대박이었다.
이런 조 사장도 "과학적인 분석만큼이나 감(感)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2001년에 경기도 부천에 있는 병원 건물을 낙찰받았을 때였다.
감정가 150억원이었던 이 건물 구입을 의뢰한 업체는 입찰가로 89억원을 제안했지만 조 사장은 81억원을 고집했다.
낙찰받으면 특별 보너스를,못 받으면 손해배상을 해주는 별도 계약까지 맺었다.
병원 건물인 만큼 경매 후 환자를 내보내야 하고 비싼 기기들을 처리하기도 까다로워 명도(내주기 또는 비워주기)가 힘들 것이므로 경쟁자들이 입찰금액을 높게 쓰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에 의존한 일종의 도박이었다.
"의뢰인 쪽에서 81억원에 낙찰받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했지만 사실 그런 것은 없었어요.
이 금액이면 될 것이라는 느낌이 유일한 근거였지요."
경매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조 사장은 대뜸 '부뚜막 소금'과 '부지깽이'라는 말을 꺼냈다.
'부뚜막 소금도 (음식에) 넣어야 짜다'는 속담처럼 실천(도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였다.
"경매에서 손해를 안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경매를 안하면 됩니다.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약간은 저지르고 본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경매에서 2등은 수익을 낼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부지깽이'는 다양한 리스크를 갖고 있는 경매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을 빗댄 말이다.
"불을 손으로 직접 만지면 뜨거우니까 부지깽이를 쓰잖아요.
아무래도 경매는 위험성이 높으니까 전문가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경매 물건에 대한 권리분석을 잘못하면 추가로 들이는 돈이 낙찰가보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낙찰가의 2% 정도인 권리분석 비용을 아끼려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어요.
경매 초보자에게 전문가를 찾아보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조 사장은 부동산과 관련 있는 각종 통계를 주의깊게 살펴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통계 안에 투자처가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통계의 추세를 따라가다 보면 장기적 측면에서 투자수익률이 높아진다"며 "단타 매매를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곳이 부동산인 만큼 황소처럼 우직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서울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 인기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땅(토지)은 10년 이상을 본다면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매입 대상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돈 빌려서 땅에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