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노예들, 진짜 인간이 되다

대명컴퓨터 고대명 사장이 어느날 똥개로 변신했다.

세운상가 한 귀퉁이에서 시작해 경쟁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초고속 성장한 지 10년,마침내 국내 시장 평정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별명이 '포클레인 GO'인 이 사내는 성공의 화신이자 독선에 사로잡혀 남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명컴퓨터 사원 안하리.자신은 성공과 인연이 없다고 늘 믿으며 매사에 부정적이고 고집 센 20대 여성이다.

'개가 된 CEO'(조한필 지음,한국경제신문)는 편견의 노예로 살아 온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기업 우화(寓話)다.성공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잃은 고대명은 똥개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며 '긍정의 편견'과 성공에 취해 동지여야 할 직원까지 모두 적으로 만들어 왔음을 깨닫는다.

반대로 '부정의 편견'에 빠진 안하리는 똥개를 통해 성공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라는 덕목을 배운다.

고대명은 안하리의 도움을 받아가며 '메신저 경영'을 발휘,사장 부재의 회사를 중국에 팔아 넘기려던 음모로부터 회사를 되찾고 직원들의 신뢰를 회복한다.그 순간 똥개는 다시 인간 고대명으로 변신한다.

이 우화는 일본의 초(超) 베스트셀러 '바보의 벽'(요로 다케시 도쿄대 의대 명예교수 지음)의 변주다.

요로 교수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알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보를 차단해 버리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따라서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아는 것만 반복 출력하는 과정에서 편견의 '벽'을 쌓고 그 속에 스스로 갇히게 된다.

이 우화의 메시지는 편견의 벽을 걷어내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의 설정을 '똥개'로 변용한 것에 대해 다소 의아해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268쪽. 1만1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