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효자 바이오

安 美 貞 < 이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ahn@eruum.com >

얼마 전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필자의 사무실 근처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바이오 코리아 2007' 행사가 열릴 예정이니 전시장에서 만나자는 연락이었다.

마침 나도 그 행사에서 특허와 기술이전 세션의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어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어디서 뵐까요?" "아,전시장 안 카페에서 만나지요."며칠 후 전시장에서 카페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내게 휴대폰이 울렸다.

"안 박사,여기예요,여기." 우아한 붉은 벽돌 장식으로 유명 커피 전문점을 연상케 하는 전시장 카페.뜻밖에도 그곳은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원 부스였다.

우리는 공짜 카페라떼를 한 잔씩 놓고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눴다.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바이오 산업 최대 축제인 '바이오 코리아 2007'은 여러 면에서 작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커피를 대접하는 카페 부스뿐 아니라 마술쇼가 열리는 부스,초상화를 그려주는 부스 등 훨씬 부드러워진 분위기도 그렇고,300개가 넘는 부스에는 국내외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외국 국가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3일 동안 세계 20여개국에서 400여 업체가 참여했고,1000명의 해외 생명공학 관계자를 포함해 1만5000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한다.10년 전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에 몰두했던 내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1996년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했을 때다.

나는 정부에도 기술정책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기사에 자극받아 당시 통상산업부의 박사 특채 공모에 원서를 내고 기술사무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의 바이오산업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그 이후 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며 많은 발전을 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최근 황우석 사태를 겪으며 어려운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다투어 비즈니스 포럼에서 파트너링을 신청하고,또 스코틀랜드 영국 이스라엘 등도 국가관을 설치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과 연구소들이 해외 다국적 회사들과 공동 연구협력을 추진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제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한 느낌이다.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자녀를 둔 주위 분들은 장래 취업 문제를 우려하며 내게 심각하게 조언을 구한곤 했다.과연 바이오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활기를 찾게 될 것인지.이제는 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요,앞으로 효자 노릇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