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설계도면까지 공개 … 6자회담서 로드맵 나올듯

북한이 국제적 검증대상인 자체 핵시설의 설계도면을 공개하는 등 이전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북핵 폐기 2단계 조치인 '불능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차기 6자회담에서는 북핵 불능화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가 나올 전망이다.정부 당국자는 16일 미·중·러 3국 핵 기술팀의 최근 방북결과와 관련,"북측이 핵 기술팀에 3개 핵시설(영변 5MW 원자로,핵 재처리 시설,핵연료봉 제조 공장)의 설계도면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등 용도폐기에 가까운 불능화 의지를 확인시켜줬다"면서 "이번 6자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불능화 실행에 대한 합의를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 데스크를 단장으로 미국인 7명,중국인 1명,러시아인 1명으로 구성된 핵 기술팀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평양과 영변을 방문,북한과 불능화 방법을 협의하고 지난 15일 서울로 귀환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연내에 불능화를 실천하겠으며,이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불능화 수준도 한번 불능화 조치를 취하면 추후 복구하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데까지 보였다"고 덧붙였다.이런 가운데 북한이 시리아에 핵시설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6자회담에 돌출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은 미국 폭스 뉴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북한이 시리아에 핵시설을 판매했으며,이는 우라늄 농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또 북한으로부터 나온 핵물질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지난 6일 시리아에 입항한 직후,이스라엘이 시리아 북부의 핵 의혹 시설을 공습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15일 보도해 증폭됐다.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북-시리아 커넥션'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북한의 핵 확산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핵 확산관련 정보도 2·13합의에 따라 (6자회담에서) 전면 신고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커넥션 의혹이 미 정부 내 강경파들의 음모론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북한과 시리아를 핵 확산국과 핵 개발국이라는 딱지를 붙여 테러지원국 명단에 묶어둠으로써 부시 행정부가 강경기조를 유지토록 의도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시각이다.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북한이 시리아에 핵시설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김홍열/정지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