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 필요있다? … 없다?

'사내 변호사요? 굵직한 소송이나 있어야 필요한 것 아닙니까?'

최근 몇 년 새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변호사(in-house counsel)'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그 수와 역할,이들에 대한 인식 자체는 미흡한 실정이다.사내변호사협회가 설립돼 있고 전문 법무인력이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까지 오르는 미국 등 선진국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한국경제신문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2007년 자산 규모 재계 순위 30위권 대기업(공기업과 워크아웃 기업,외국회사 제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대 재벌그룹을 제외하고는 직원 수가 수천~수만명인 대기업들도 사내 변호사가 1~5명 이내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아예 없는 기업도 상당수였다.

직원 수가 1만명에 달하지만 단 한 명의 사내 변호사도 두고 있지 않은 대기업 H사의 관계자는 "변호사가 많은 회사들은 오너 관련 소송 등 사고가 나고 일이 계속 터지니까 법무팀을 둔 것 아니냐"며 "우리는 그런 소송도 없고 지금까지 아웃소싱으로 잘해 왔다"고 잘라 말했다.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은 말이다.

삼성은 2000년 6월23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고발 이후 2003년 12월 기소 전까지 검사 출신 공직자 8명이 삼성그룹 산하 기업으로 대거 이직했고,횡령과 분식회계 혐의로 박용성·박용오 회장의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5년 3월께 두산그룹은 법무부 고위 관료 출신의 검사 2명을 스카우트했다.

이들은 업무의 전문성보다는 막강한 '인맥'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특히 이들 전관 출신은 법무팀의 수장을 맡거나 고위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검사 출신의 사내 변호사 I전무(46)는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우리 기업들이 자꾸 글로벌화하고 계열사 등에서 여러 사업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할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대부분 전관 출신 사내 변호사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M&A나 해외 거래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들지만 해박한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무적인 경험은 기업에서 쌓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문혜정/박민제 기자 selenmoon@hankyung.com